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24일 거듭 경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하고, "대응의 종류는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첩보의 정보 사안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사용한다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화학무기 사용 시 나토가 군사행동을 할지에 관해서는 "나토가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로) 국경을 넘을지 묻는다면, 그 때가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며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그(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나토와 서방세계가 분열되길 바랐지만, 나토는 지금 어느때보다 단합돼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에도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화상 통화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고 "(시 주석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행위의 결과를 이해하도록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중국은 경제적 미래가 러시아보다 서방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나는 시 주석이 (러시아와) 함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피란민 최대 10만명 미국 수용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 등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내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0억 달러 이상의 군사 장비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수백만 명을 구제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10만 명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하는 일환으로, 피란민을 최대 10만 명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입국 대상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과 가족 재결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러시아 두마 의원 제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24일) 러시아의 400여 개인·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도 단행했습니다.
이날 회견에 앞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선택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러시아 고위층과 의원, 방위산업체 등 400여 대상에 추가 제재를 발표한다"고 트위터에 적고 "그들은 크렘린의 정책에서 개인적 이득을 취했기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 하원인 두마와 의원 328명, 그리고 러시아 방산업체들과 고위인사 등 총 400여 개인과 기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백악관은 관련 성명에서 "두마와 두마 의원들, 추가적인 러시아 엘리트, 그리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기계에 기름을 부어주는 러시아 방산업체 등에 전면적인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습니다.
◼︎ 극초음속 무기 업체 등 제재 대상
미 재무부는 이날(24일)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두마 의원들은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ㆍ루한시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조약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하는 크렘린의 노력을 지지했다"고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보유한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인 스베르방크(Sberbank)의 헤르만 그레프 최고경영자(CEO)도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그레프 CEO는 1990년대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문으로 일해왔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러시아 경제개발·무역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기업인 전술미사일회사(Tactical Missiles Corporation) 등 방산업체들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들 업체들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인프라, 영토를 공격하는데 사용한 무기를 생산해왔다"며 "러시아의 방산 산업과 공급망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들은 러시아군에 극초음속 무기를 생산하고 대레이더·대함 미사일과 기타 다목적 미사일을 공급한 곳들입니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썼다고 연일 발표하고,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미, 생화학무기 '엄중 대응' 경고...러시아 이틀 연속 "극초음속 무기 사용"미국 정부는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과의 금 거래도 중단시켰습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연관돼 있는 금을 포함한 어떤 관련 거래도 미 당국의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달러 거래가 차단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를 지탱하기 위해 금 보유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데 따른 조치입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우호국에 가스 판매 대금을 루블화로 받겠다고 발표한 뒤, 루블화 가치가 반등한 바 있습니다.
◼︎ 나토 동부 병력 증강 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이날(24일) 동유럽 병력 증강에 합의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이에 따라, 불가리아와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 나토 전투단이 신규 배치됩니다.
나토는 현재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 등에서 전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나토 동쪽 영역에 8개 전투단을 운용하게 됩니다.
◼︎ 러시아·중국에 경고
나토 정상들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상들은 "우리는 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위협에 대한 대비와 준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스페인에 열릴 향후 회의에서 추가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사이버 안보, 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부문에서도 계속 도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토 정상들은 또 중국을 향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하는 것을 삼가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전쟁과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거짓 주장과 선전전을 증폭시키는 것을 중단하는 동시에 이번 충돌에서 평화적인 해법을 증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 G7 대러시아 공조 결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7개국(G7) 정상들도 같은 결의를 내놨습니다.
G7 정상들은 이날(24일) 브뤼셀에서 진행된 특별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해 생물학, 화학,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지 말라면서 필요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벨라루스 정권을 포함해 이번 공격의 설계자와 지지자들에게 책임을 묻게 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7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입니다.
◼︎ 미국-EU 단합 과시
같은날(24일) 유럽연합(EU)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축소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대러시아 행보에 미국과 유럽의 단합을 과시했습니다.
EU 정상회의는 25일까지 이어집니다. 이날(25일) 바이든 대통령과 EU 정상들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유럽으로 추가 공급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 등에 관해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U 차원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도 예상되지만, 에너지 분야까지 포함될지는 불확실합니다.
미국은 이미 원유를 비롯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관련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말했습니다.
◼︎ 러시아 "우리는 핵보유국"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다시한번 시사했습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23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러시아가 계속 나토의 위협과 공격을 받는다면, 우리는 핵 보유국이지 않은가, 왜 안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핵무기 사용이) 정당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를 위협하고 방해하려는 시도 역시 옳지 않다"며 대응 차원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러시아)를 상대하려면 당연히 모든 가능성을 계산해야 한다"고 나토를 향해 경고했습니다. >>>인터뷰 바로가기
전날(22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핵무기 사용 근거가 명시된 '국가안보개념'을 거론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묻자 "우리 국가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있다면, 우리 (국가안보)개념에 따라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가짜뉴스" 전쟁범죄 부인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또한,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공식 규정한 데 반발했습니다.
러시아군이 벌이고 있는 민간인 공격 행위 등에 관해 "우리는 가짜 뉴스와 같은 수많은 매체를 접한다"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이에 스카이뉴스 기자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폭격으로 아파트에 불이 난 사진을 보여주자, "이게 러시아 미사일 때문인지 어떻게 아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날 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현재 입수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벌였다고 평가한 것을 발표한다"며, "우리의 평가는 이용 가능한 공개 정보와 기밀 정보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국무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 공식 발표블링컨 장관은 최근 러시아가 집중 공격하고 있는 마리우폴에서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전쟁 범죄의 피해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출입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켜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다음날(17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살인 독재자'와 '완전 폭력배'로 호칭했습니다.
◼︎ 침공 한달...전세계 반전시위 촉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부터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를 벌여달라고 전날(2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촉구했습니다.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거리에서 연설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내 마음과 모든 우크라이나인들, 그리고 이 지구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밝히고 "그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이 되는 24일을 시작으로 여러분께 전쟁에 반대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사무실과 집, 학교에서 나와 평화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입장을 표명하고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것들을 거리에 들고 나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유에 반하는 전쟁"이며 "러시아는 유럽과 전 세계의 자유를 훼손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는 결코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 적이 없다"며, 러시아 국민들을 향해서도 평화를 위해 나서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전 요원들이 당신의 세금으로 치르는 전쟁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당신의 아들을 전쟁터에서 구하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화상 연설할 예정입니다.
◼︎ 우크라이나군 반격 확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수도 크이우 일대 등 주요 교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성과를 올리면서 전쟁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크이우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25~35㎞까지 도달했던 러시아 지상군이 55㎞ 지점으로 밀려났다고 미국 고위 국방 당국자가 23일 언론에 밝혔습니다.
또한 북서쪽에서 접근하던 병력은 도심에서 15~20㎞ 떨어진 곳에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방어 태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2 도시인 동부의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남부 흑해 연안의 헤르손 주변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특히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을 탈환하기 위한 공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근 소도시 보즈네센스크에서는 남부크강을 러시아군이 넘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 큰 강인 남부크강을 넘을 경우, 흑해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 인근까지 진격이 수월해집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