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주 유럽 순방에서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백악관 이 22일 밝혔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제재를 강화하는 데 있어 파트너들과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나토의 동쪽에 있는 회원국들의 군사력 배치 태세에 관한 장기적 조정을 위해 동맹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설명했습니다.
동유럽 미군 증파나 병력 재배치를 시사한 대목입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울러,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조치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과 피란민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의 핵 위협
설리번 보좌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핵전력 특별 전투 체재'를 명령한데 대해 "우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유럽 일정에서 잠재적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어떤 조건에서 핵 능력을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국가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 있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 중국 대응책 논의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러시아를 위해 군사·재정적 지원에 나설 경우에 관한 대응책도 이번 순방 기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통화에서, 러시아를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한 바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다음 달 1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면서, 미국은 그 전에 중국 관련 문제를 EU와 논의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 개전 후 첫 유럽 방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향합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을 위한 긴급 정상회의를 24일 개최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EU 정상회의와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잇따라 참석합니다.
25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로 이동합니다. 다음날(26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입니다.
◼︎ 러시아, 사이버 공격 의혹 부인
러시아는 미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펼칠 것이라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연방은 국가 차원의 강도질(state-level banditry)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관련 발언에 입장을 물은데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 사용을 고려 중인 명확한 징후가 포착됐고, 미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을 모색하는 첩보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정전 합의 초안 전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22일) 브리핑에서, 정전 합의에 관해 러시아 측 입장을 담은 '정리된 문서' 초안을 우크라이나에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잘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 입장은 구두로 명확하게 설명했을 뿐 아니라 문서로 명백하게 공식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사항들을 정리한 "모든 초안 문서를 이미 며칠 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내용들이 정리돼 있는지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세부 사항이 알려지면 협상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같은 달 28일과 이달 3일, 7일에 고위급 대표단 간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 등에 합의했으나, 정전을 위한 핵심 사안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10일에는 터키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지난 14일부터 화상으로 대표단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합의안 국민투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서 나오는 합의안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방영된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수스필네 인터뷰에서 "모든 협상안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며, "국민들도 협상안에 대해 의견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투표에 상정될 수 있는 의제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대신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 그리고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러시아 측이 장악한 영토의 지위 문제 등을 꼽았습니다.
◼︎ 안전보장· 영토 쟁점
안전 보장과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정전 협상에서 의견이 가장 크게 갈리는 사안입니다.
러시아 측은 앞서, 우크라이나를 오스트리아ㆍ스웨덴식으로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언론에 제시한 바 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가능성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이 참여하는' 안전 보장 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토 문제에 관해 러시아는 크름반도 영유권과 돈바스 지역 2개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들 지역의 주권을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관련 사안도 의제에 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최후 통첩 거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앞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지역에 보낸 최후통첩에 대해 "절대 받아들 수 없다"고 이날 인터뷰에서 못 박았습니다.
"러시아는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크이우(키예프), 폭격당한 동남부 마리우폴 등을 넘기기를 바라지만 이 도시의 시민들도, 대통령인 나도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모두 죽어야 그들이 바라는 최후통첩이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전날(20일) 러시아 합동참모본부 산하 국가국방관리센터 측은 마리우폴 방어 병력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으라"라고 요구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고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장병은 모두 군사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미 러시아에 이를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 정상회담 "사전조율 필요"
러시아 측은 정상회담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이(정상회담)를 위해선 (양국 대표단이) 먼저 협상을 추진하고 결과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양국 정상이 문서화해야 할만한 어떠한 합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정전 협상 진전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신속하고 내실 있게 (협상) 작업을 할 훨씬 더 많은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지속할 뜻을 밝혔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기간 중 휴전 체제 도입 문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전열 재정비 기회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마카리우 탈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7일째인 22일,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크이우 인근 소도시 마카리우를 탈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러시아군의 식량과 탄약이 약 3일치 밖에 남지 않았으며, 연료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카리우는 크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도시입니다. 수도로 진격하는 러시아군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 사이 최전선인 북서부 이르핀과 부차 등보다 멀리 있습니다.
지상 병력의 움직임이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대규모 폭격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2일 오전 크이우와 서부 거점 도시인 르비우(리비브), 동부에 있는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비롯한 국토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고 크이우 인디펜던트가 보도했습니다.
미군 정보 당국자는 "러시아 공군이 지난 이틀간 전투기 출격 횟수를 크게 늘렸다"고 이날 VOA에 밝혔습니다.
◼︎ "인도주의적 재앙 직면"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남부도시 헤르손에서 식량과 의약품이 떨어져 간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22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헤르손의 30만 시민이 러시아군의 봉쇄 때문에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이어서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을 드러내는데도 러시아는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야만적인 전술이 더 늦기 전에 중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장악한 거점 도시입니다. 이 곳 주민들 대다수는 러시아군 통제에 따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시위를 벌이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지를 표시해왔습니다.
러시아군이 며칠째 집중 공격하고 있는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폭격이 이어지면서 구호물자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마리우폴에서는 민간인 최소 10만 명이 탈출을 원하고 있지만,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지 못해 이동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현지 TV 방송에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 것을 (러시아에) 요구한다"고 베레슈크 부총리는 강조했습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또한 러시아군의 포격 때문에, 앞서 붕괴된 극장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음에도 구조대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