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군 집단학살 자행"...최대물동항 오데사 공습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 2일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하자, 현지 주민이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CBS 주간 시사프로그램 '페이스더내이션(Face The Nation)'에 화상 출연해, 러시아군이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에서 퇴각한 뒤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 증거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같은 행위가 "이 나라(우크라이나)와 국민을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는 "100개 넘는 국적의 시민들이 있다"면서 "이러한 모든 국적자들을 파괴하고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 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지구 상에서 이런 악행은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마지막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거나 관련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사법 기구를 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 거리 곳곳 민간인 시신

실제로 러시아군이 수도 크이우 인근에서 물러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지역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크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이날(3일) 밝혔습니다. 이 중에는 집단 처형 후 매장되거나 길거리에 방치됐다고 추정되는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이 지옥을 만든 짐승 같은 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이 기록돼야만 한다"며 이같이 밝히고, 법의학 전문가 등과 부검과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현장을 돌아봤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르핀과 부차에서는 길거리 한 곳에서 시신 수십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들 시신은 손이 뒤로 묶인 경우가 많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총격 살해당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손이 뒤로 묶인 채 발견된 시신이 많은 것은 "조직적 학살의 증거"라고 크이우 인디펜던트가 전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안전하게 철수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인질로 삼아 군용 트럭에 태운 뒤 탱크 앞에 배치해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차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여성 시신들도 발견됐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러시아군의 학살을 규탄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추가 제재를 예고하는 한편,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부차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 범죄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는 일"이라고 규탄했습니다.

■ 블링컨 미 국무 "분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3일) CNN 주간 시사 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 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 출연, 부차 일대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는 데 대해 "매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군이 집단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한 채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자료로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7일 워싱턴 청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어서 "적절한 기관이나 기구에서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크이우 해방선언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전날(2일) "크이우 광역권 전체가 침략자로부터 해방됐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크이우 등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느리지만 확실히 철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개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북쪽의 벨라루스를 통해 크이우를 향해 진격했으며, 60㎞ 넘는 부대 행렬이 늘어서 있다가 최근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와 정전협상 5차 회담 직후 "크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 등지에서 군사행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뒤에 이뤄진 것입니다.

러시아 국방부와 크렘린궁은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의 1단계가 완료됐다며, 수도 크이우와 체르니히우 등 북부 일대 병력을 이동해, 동부 '돈바스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크이우 일대 주요 지역들을 속속 탈환하고, 퇴각하는 러시아군을 쫓아가 북쪽 국경까지 밀어냈습니다.

■ 러시아군, 최대물동항 오데사 공격

러시아 당국은 3일 오전 우크라이나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정유시설 1곳과 연료 저장 시설 3곳을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군함과 전투기에서 발사한 고정밀 미사일 공격에 연료, 윤활유를 보급하는 시설 4곳이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설은 인접한 미콜라이우의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역할하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데사가 공습받았다"고 밝히고, "일부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우리 방공망이 일부는 요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최대 해운 물류 거점으로, 전략 요충지 중 한 곳입니다. 흑해에 면해 있는데다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항구가 자리잡고 있어, 무역 관문 역할을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주요도시와 전략 요충지 개요

오데사를 러시아군이 공격해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로선 사실상 바닷길이 막히는 상황입니다.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 일대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했고, 아조우(아조프)해 연안 마리우폴은 포위된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흑해를 통한 군수 물자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략적 차원에서 이곳을 노리고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그리고 유럽 주요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차단하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수출입 경제에 타격을 주는 효과를 러시아가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