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1일 화상으로 정전협상 6차 회담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온라인에서 (러시아와) 협상을 계속한다"고 현지 매체들에 밝히고 "하위 실무 그룹이 관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무 그룹이 관여한다는 것은 큰 그림이 맞춰진 상태에서, 세부 사항들을 조율하고 있다는 뜻으로 현지 언론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협상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도 이날 "화상으로 협상을 재개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습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현재 협상 쟁점이 영토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크림반도(크름반도)와 돈바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승인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LPR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연방 가입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 크름반도와 돈바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전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한 5차 회담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 보장이 성사되면 '중립국'과 '비핵화' 지위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크름반도 문제는 향후 15년간 협의하자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평화협정으로 가는 상호 신뢰를 증진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와 북동부 접경 체르니히우 일대에서 군사행동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의 이런 약속은 당일부터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날(1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37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 러시아군, 체르노빌 원전서 철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로 전투력 재배치를 진행중인 가운데, 31일 체르노빌 원전에서 철수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체르노빌 원전 운영권을 이양한 뒤 철군했다"고 밝히고 "인근 슬라우티크 마을에서도 철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체르노빌 원전 통제권을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발표했습니다. IAEA는 우크라이나 당국과 긴밀한 협조 하에 체르노빌 원전의 긴급 구호와 지원을 맡을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체르노빌 지원사업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끌겠다고 1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개전 직후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한지 한달여 만에 이곳을 떠났습니다.
에네르고아톰 측은 러시아군 장병들이 체르노빌 원전 주변 통제 지역 숲에서 참호를 파다가 방사선에 피폭된 뒤 철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지난 1986년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소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변색하고 고사해 '붉은 숲'이라고 부르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IAEA는 러시아 군 병력의 방사선 피폭 보고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당국도 이에 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고위 장성 2명 해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31일)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국내 담당 책임자 나우모우 올레호비치와 헤르손 지역 보안 책임자 크리보루치코 세르히 올렉산드로비치 등 고위 장성 2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모든 반역자들을 처리할 시간 여유가 없지만 점차적으로 모두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최근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돈바스 지역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태"라며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새롭게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략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사흘에서 닷새 정도면 우리 나라 전체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한달이 지났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러시아 영토 공격"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공격을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실이라면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의 공격을 방어하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첫 사례입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1일 우크라이나군 헬리콥터 2대가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 유류 저장고를 공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유류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군 헬기 2대가 낮은 고도로 러시아 영공을 침범해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2,000㎥ 상당 연료와 휘발유가 저장된 유류저장고 8곳이 불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재난당국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소방관 190여 명과 소방차 50여 대가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타스 통신은 이 공습으로 근로자 4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해당 사건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드미드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군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인도 확인도 못한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 수도 크이우에서도 전투 계속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인근에서도 전투가 계속됐습니다.
1일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크이우 인접 도시 이르핀과 마카리우 등에 전날(31일)에 이어 포격을 가했습니다. 북동부 접경 체르니히우에서도 공습이 단행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날 크이우 동쪽 브로바리에서 러시아군을 외곽으로 몰아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에 포위 고립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전날 임시 휴전을 통해 주민 1천여 명이 주변 도시로 빠져나온 데 이어, 1일에도 국제적십자위원회가 관여하는 가운데 민간인 대피를 시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