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신랄히 규탄하고 미국 정부의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습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네수엘라에 사무소를 열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 살펴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부터 전해 주시죠.
기자) 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자행한 잔혹 행위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없고, 이를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외곽 도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재탈환했다고 밝힌 크이우 인근 30여 개 마을 가운데 한 곳입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와의 5차 평화협상 후, 크이우와 또 다른 북부 도시인 체르니히우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지난 주말부터 빠르게 일대에서 병력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부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기자) 러시아군이 빠져나간 거리 곳곳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AP, CNN 등 외신 기자들은 부차와 이르핀 등 러시아군이 철수한 지역에 들어가 현지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데요. 이들 매체는 불에 탄 탱크들, 폭격으로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전하면서, 근거리에서 총격당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들과 집단 매장지도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희생자들이 민간인들인가요?
기자) 네. 희생자들은 민간인 옷을 입고 있었고, 손이 뒤로 묶인 채 희생된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차뿐만 아니라 크이우 일대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이 410구가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거나, 성폭행을 가했다는 주장과 증언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독립적으로 확인되진 않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사실이라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전쟁범죄를 자행해온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금 미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해당 기관과 단체에 제공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제기한 집단학살 의혹에 대해서는 열심히 조사할 것이라면서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4일, 다시 한번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지칭하고, 전범 재판 회부를 촉구했는데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푸틴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집단학살도 자행한 것으로 보는 겁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에서 러시아군에게 처형된 후 집단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추정 시신 수십 구가 발견됐다면서 “이는 실로 집단학살”이라고 맹렬히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제 사회 지도자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군이 자행한 끔찍한 공격은 푸틴과 그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세계 지도자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죠.
기자) 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3일,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에서 보지 못했던 민간인 잔혹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그간 러시아 중재에 앞장섰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끔찍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러시아는 이 범죄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는 일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움직임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이미 부과하고 있는 제재를 더 강화하고, 더 많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금까지의 제재만으로도 올해 러시아 경제는 10%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매일 러시아 제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럽도 추가 제재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그동안 러시아 제재에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독일은 부차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제일 먼저 에너지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은 3일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사회가 이에 대항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EU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이라는 제재는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EU는 소비하는 가스의 40%, 석유의 25%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27개 회원국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 보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EU는 러시아 주요 은행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 기술 상품 수출 통제 등의 제재는 가하고 있는데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 논의를 촉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런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 국방부는 3일, 부차 등에서 발견된 시신 관련 영상과 사진들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며, 러시아군을 전쟁범죄자로 몰아가기 위한 도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러시아군이 부차를 점령했던 동안 민간인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홍콩으로 가봅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차기 행정장관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 오는 6월 30일로 5년간의 행정장관 임기를 마칠 것이며 42년간의 공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한 건가요?
기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가족들이 최우선이라면서 이제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항간에는 캐리 람 장관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람 장관은 최근까지도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출마 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 지난해 불출마를 결정했으며, 중국 중앙 지도부에 이를 알리고 동의와 이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언제 있죠?
기자) 다음 달 7일입니다. 행정장관 선거는 당초 3월 27일 치를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다시 급격히 확산하면서 연기됐습니다.
진행자) 캐리 람 장관 재임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큰 악재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도, 취임한 지 2년도 안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과 송환법, 외세의 간섭 등으로 큰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논란 많은 국가보안법 도입 과정에서 큰 반발을 샀던 데다, 코로나 확산과 대응 미흡에 대한 비판이 캐리 람 장관의 입지를 흔들었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현재 홍콩은 변이 오미크론이 이끄는 5차 확산에서 약 120만 명이 감염됐는데요. 홍콩 정부는 2일, 720만 전 주민에게 자발적인 코로나 검사를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어떤 식으로 뽑는 겁니까?
기자)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 선거로 선출됩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홍콩의 선거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는데요. 현재 입법회와 선거인단은 대부분 친중국파 인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진행자)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를 밝힌 인물은 있습니까?
기자) 아직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홍콩 매체들은 가장 유력한 인물로 홍콩 정부의 제2인자인 존 리 정무 부총리를 꼽고 있습니다. 존 리 정무 부총리는 치안 총수인 보안장관 출신으로, 지난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을 이끌었고요. 지난해 정무 부총리에 임명된 인물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베네수엘라에 국제형사재판소(ICC) 사무소가 설치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장이 지난주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는데요. 칸 검사장은 3일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베네수엘라에 ICC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ICC가 베네수엘라에 사무소를 여는 이유가 뭐죠?
기자)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ICC는 특히 지난 2017년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권 탄압 행위가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진행자) 2017년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남미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 정권인 우고 차베스 정부에서 마두로 정부로 이어지면서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인플레이션, 치안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요. 2017년 제헌의회 선거를 전후로 몇 달 동안 야권과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인명 피해도 컸습니까?
기자) 네. 유엔은 그해 8월 보고에서, 시위 과정에서 120명 이상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마두로 정부는 또 야권 인사와 시민 등 수천 명도 체포했는데요. ICC는 이듬해인 2018년, 마두로 정부의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예비 조사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진행자) 마두로 정권은 ICC 사무소 개설 결정을 수용한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날(3월 31일) 베네수엘라 국영 TV에 나와 사무소 개설 소식을 알렸는데요. 이 자리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함께 나왔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사무소가 설치되면 효율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제대로 사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전에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ICC 사무소 개설을 거부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카림 칸 검사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정식 조사를 위해 사무소를 열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ICC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ICC의 조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는 ICC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군요?
기자) 네. 카림 칸 검사장은 두 사람이 매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베네수엘라의 결정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정의가 실현되는 걸 보고 싶다면서, 범죄자는 법에 따라 처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지금 자국의 사법제도가 정비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는 지금 오랜 정국 혼란을 겪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대선에서 승리해 이듬해 1월, 집권 2기를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야권 인사 탄압과 부정선거 논란 속에 후안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반정부 세력을 규합했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했고요. 일부 유럽 국가와 중남미 주요 국가들도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면서 베네수엘라는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기이한 정국이 조성됐는데요. 3년이 다 되도록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대표단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고위급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지난달 5일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는데요. 미국 대표단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에너지 문제, 베네수엘라에 구금 중인 미국인 문제 등을 논의했고요. 며칠 후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인 2명을 석방하며 양국 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와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