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에너지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에 합의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학생들의 수업을 허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지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 중인데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에너지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5일 새로운 에너지 협력 사업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유럽의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처입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계획도 나왔습니까?
기자) 네.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올해 말까지 유럽에 대한 천연액화가스(LNG) 공급량을 150억 세제곱미터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또 장기적인 계획으로, 2030년까지는 연간 약 500억 세제곱미터의 추가 LNG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데, 특히 유럽은 에너지 타격이 심각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40%가 러시아 산인데요. 지금 극심한 전력난을 겪으면서, 가정의 난방 문제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두 번의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추가 물량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독일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특히 높은 나라인데요. 독일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로버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25일,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도록 새로운 공급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베크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러시아 원유 수입은 현재의 약 30%에서 25%, 석탄은 50%에서 25%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고요. 러시아산 가스의 경우, 2024년 중반까지는 완전히 독립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입지가 더 좁아지는 모양새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에너지는 국가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강력한 제재가 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유럽연합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동안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력 제재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EU의 에너지 협력 합의는 점진적 성과를 기대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서방이 연대하는 또 하나의 조처로 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금 유럽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하루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동맹의 단합과 결속을 다지고, 세계 지도자로서 주축을 굳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발언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응의 종류는 사용하는 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분열할 것으로 잘못 예측했다면서, 지금처럼 나토가 단결한 적은 없으며 러시아는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1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에 대해 스팅어 방공미사일과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등 20억 달러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는데요. 미국 CNN은 이 지원은 거의 완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난민 1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주요 발언도 짚어 주시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요 20개국에서 배제하는 문제도 논의됐다고 말했는데요.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가 반대해 성사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회의에 참관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을 향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경제적 미래는 서방에 달려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 지원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도 방문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폴란드로 이동해 미군 82공수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제슈프를 방문합니다. 제슈프는 우크라이나 국경과는 약 1시간 떨어진 나토의 최전선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바르샤바로 이동해 26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회담을 끝으로 4일간의 유럽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사업에 관한 중대한 합의를 도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의회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4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시장법(DMA)’에 합의했습니다. ‘빅테크’ 기업은 미국의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같은 이른바 대규모 정보기술(IT) 기업을 말합니다.
진행자) ‘디지털시장법’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뭐죠?
기자) 네. 간단히 말해 구글 같은 거대 첨단정보기술 기업이 디지털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법안입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18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한 후, 이런 IT 기업들이 자사의 연동 서비스와 인프라 자원을 이용해, 사용자를 구속하고 다른 업체의 경쟁을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지금보다는 줄어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의회의 법안 입안자들은 이 법은 새로운 소기업들도 디지털 시장에 더 많이 진입해 더 많은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혜택이 늘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디지털시장법은 해당 기업의 규모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법에 적용되는 기업의 규모도 명기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가 총액 750억 유로(미화 약 830억 달러) 또는 지난 3년 동안 EU 내 연간 수입이 최소 75억 유로(83억 달러), 월간 사용자 4천500만 명 이상인 IT 기업에 적용되는데요. 아마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디지털시장법이 규정하는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업에 해당됩니다.
진행자) 게이트키퍼, 수문장, 즉 문을 지키고 있는 기업이라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디지털시장법은 온라인 중개 서비스, 검색 엔진, 소셜 네트워크 등 핵심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온라인 기업을 게이트키퍼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법에 따라 앞으로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의무가 부과되는데요. 예를 들어 메신저 기능 등 자사 앱을 미리 탑재해 사용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게 엄격히 규제되고요. 브라우저와 검색엔진 등의 서비스도 사용자가 어떤 기업 서비스를 이용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진행자) 만일 이들 기업이 법을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위반 기업은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내야 하고요. 반복 위반할 경우 벌금은 20%로 늘어납니다. 이를 메타 같은 기업에 적용하면, 벌금이 230억 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부터 발효되는 겁니까?
기자) 법안이 아직 통과된 건 아니고요. 유럽의회와 27개 EU 회원국이 최종 승인해야 합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는데요. 또 한편 내년 1월 1일 발효될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 기업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좀 더 시간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여학생들의 수업을 허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탈레반 정부의 조처가 많은 사람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죠?
기자) 네. AP통신이 최근 보도한 내용인데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갑작스러운 처사에 많은 사람이 당혹해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금 인터넷 사회연결망에는 학교에 가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아프간 여학생들의 사진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고요. 이번 조처로 여러 국제기관과 많은 사람이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를 보니까 갑자기 약속을 저버린 탈레반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아동기금(UNICEF)의 아프간 교육 담당인 자네트 보겔러 씨는 해당 발표가 나온 23일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날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니세프의 아프간 연락 담당인 샘 모트 씨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유니세프를 비롯한 아프간 교육 당국도 23일에 여학생들이 모두 등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23일에 구체적으로 탈레반 정부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온 건가요?
기자) 네. 원래는 지난 23일에 개학할 때 여학생들도 등교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갑자기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한다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진행자)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이슬람 율법(샤리아)과 아프간 전통에 맞는 여학생들의 복장 규정이 나온 뒤에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다시 열 것이라고 탈레반 정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은 과거 집권 기간 여자아이들의 교육을 허용하지 않았죠?
기자) 네. 지난 1996년부터 2001년 사이 집권하는 동안 여자아이들이 교육받는 것을 일절 금지한 바 있었습니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한 뒤에도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했습니다.
진행자)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나라는 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국제 사회의 압력에 따라, 여학생들의 등교를 허용하기로 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처로 탈레반 정부는 다시 한번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게 됐습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은 인간의 권리”라고 강조했는데요. 탈레반이 이번 결정을 신속히 뒤집지 않는다면, “아프간인과 아프간의 경제 성장, 또 국제 사회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탈레반 정권의 야망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탈레반 정부 안에서도 해당 문제를 두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의견이 대립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아프간 시골 지역에서는 여성들을 교육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부 언론은 이번 결정이 시골 지역에 뿌리 깊은 완고한 탈레반 지지 세력과 강경 보수 세력이 국제 사회에 유화적인 온건 세력에 승리를 거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와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