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가 급등 등 민생고 악화...ICBM 도발 후 더 강해진 사상통제

북한 평양 시내 주유소 근무자가 유조차 인근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휘발유·디젤유 가격이 급등하고 곡물 등 생필품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생고가 악화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사상통제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시장 상황을 조사하는 북한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휘발유와 디젤유 등 연유 품목과 곡물의 가격 등 주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지표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거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올들어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휘발유와 디젤유입니다.

한국의 ‘데일리 NK’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북한 내 휘발유 가격은 1kg당 평양에선 1만 3천200원, 신의주 1만 2천700원, 혜산은 1만 2천500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1월 11일 기준 휘발유 가격과 비교하면 68~98%나 급등한 셈입니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가격 상승폭이 더 커서 4일 기준 경유는 1kg당 평양 9천600원, 신의주 9천450원, 혜산 9천500원에 거래돼 올 초보다 2배 가량 올랐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논과 밭갈이를 해야 하는 5월까지 농기계 연료인 휘발유와 디젤유 수요가 많아지는 계절적 요인 이외에도 국제 정세의 영향 때문에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농업 부문에서 디젤이나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 다음에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북한도 수입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을 안 받을 순 없거든요. 그 다음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러시아 쪽에서 들어오는 게 좀 잘 안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 1월엔 4천원 대 후반이었던 쌀 1kg 가격이 이후 꾸준히 5천원대를 기록했고 지난 1일 기준으론 5천50원선에서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옥수수는 지난 1일 기준 2천500원을 기록했습니다.

옥수수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무역을 차단하기 전엔 kg당 가격이 2천원을 밑돌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지만 곡물과 수입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북한 열차 무역이 15량 짜리 화물열차 한 대가 하루 한번 오가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공행진을 해 온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수출보다 수입이 월등히 많은 구조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대중 교역이 연초보다 오히려 줄어든 추세라며, 북한이 그나마 들여 온 물품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등 행사 관련 품목이거나 건설 자재, 의약품 등에 치중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또 민생에 직결된 장마당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개인무역은 여전히 금지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과거엔 개인무역, 밀무역, 기관무역, 국가무역이 다 통용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개인무역들은 거의 다 중단돼 있어요. 그러니까 장마당을 베이스로 하는 쪽의 유통은 현재까지 가동이 되지 않고 있어요. 국가 단위에서만 무역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국가 수요 차원에서만.”

이처럼 심각한 민생고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연초부터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쏘고 최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까지 나서면서 주민들에 대한 사상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북한이 ICBM 발사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하는 동영상 등 선전물들을 만들고 내부 불만을 단속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대표] “지금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발사를 했잖아요. 그리고 나서 지금 강연회, 학습, 궐기대회, 감상문 쓰기 그런 것을 엄청나게 하고 있어요. 그런 시스템을 계속 해야지 사회적인 불만이나 이런 것을 통제하고 관리가 되니까 그런 것을 하는 거에요.”

조충희 소장은 주민들 사이에선 민생고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연이어 큰 비용이 들어가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당국의 행동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올해가 김정은 정권 출범 10주년인데 김 위원장이 집권 초 약속했던 경제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고난의 행군 한다면서 미사일을 왜 자꾸 시험하냐. 그러니까 미사일 하나에 드는 돈이 상당한 것으로 주민들도 알고 있는데 그 돈이면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주민들이 모르지 않거든요.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ICBM 도발 직후인 지난달 말 이전에 없던 선전부문 일군 강습회를 대대적으로 열었다며 이는 경제난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 사상전을 앞세워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습회가 개최된 지난달 28일 참가한 선전부문 간부들에게 서한을 보내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를 타파하는 데 사상전을 집중할 것을 주문하면서 철저한 ‘사상제일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