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수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 병력이 17일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항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페트로 안드리우시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가 항복을 회유했지만 우리 방어군 장병들은 계속 싸우고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투항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러시아군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까지 우크라이나 측 병력이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발표한 뒤,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 일대에 30분 간격으로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제철소 단지 내부에 고립·봉쇄된 우크라이나 측 병력은 러시아군이 제시한 항복 시한을 무시했습니다.
러시아는 전날부터 "마리우폴을 함락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방어군이 계속 버티고 있다"면서 반박하는 중입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16일)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 전체 지역이 완전히 소탕됐다"며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역에만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마리우폴 함락' 주장...젤렌스키 반발 "우리 군대 제거하면 협상 끝"앞서,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제철소 단지 일대와 그 주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제36해병여단 소속 장병 수천 명이 투항해 포로로 수용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는 병력 가운데 외국인 용병도 포함돼 있습니다.
용병 규모는 최대 400명으로, 유럽인과 캐나다인 등이 파악됐다고 러시아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 "투항 안 하면 제거"
러시아 측은 제철소에 있는 병력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지 않으면, 중화기 공세를 집중해 제거해 버릴 수 있다고 16일 경고했습니다.
이에 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에 있는 우리 군대와 우리 국민들을 제거한다면, 러시아와의 모든 협상이 끝날 것"이라고 같은 날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반발했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략 요충지로서,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줄곧 포위해왔습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육상으로 연결하는 경로를 확보하게 됩니다.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세력이 수립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 수도 크이우 공세
러시아군은 다른 지역에도 공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17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앞선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 도시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감행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동부 돈바스 일대는 물론, 북부의 하르키우와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광역권, 남부의 미콜라이우와 헤르손 등에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 젤렌스키 "동부 전투가 전쟁 전체 영향"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대대적 공세를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동부 돈바스 지역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포기할 의향이 없다면서 돈바스에서 러시아군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서 진행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할 경우 수도 크이우를 장악하려 다시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이번 (동부) 전투는 전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그게 이 땅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크이우를 포함한 북부 지역에 공세를 가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저항에 밀려 퇴각했습니다.
이에 관해, 지난달 말 '특별군사작전' 1단계를 완료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러시아군은 현재 주요 병력과 물자를 국경지대로 후퇴시킨 뒤, 재보급과 충원 등을 진행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교황 "믿을 수 없는 전쟁의 부활절"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도 호소했습니다.
교황은 부활절인 이날 전 세계에 전하는 부활절 강복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피와 폭력을 봤고, 두려움과 고뇌가 마음에 가득 차 있다"고 밝히고 "우리 두 눈은 믿을 수 없는 전쟁의 부활절을 목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황은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잔인하고 무의미한 전쟁의 폭력과 파괴로 극심한 시련을 겪고 있다"며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자, 악과 폭력에 굴복하지 말자"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각국 지도자들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하면서 "고통과 죽음의 끔찍한 밤에 희망의 여명이 곧 밝을 수 있기를,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