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항전하고 있는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 대한 공격을 취소하고 봉쇄를 명령했습니다.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를 며칠 앞두고 열린 TV 토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국내외 현안을 놓고 격돌했습니다. 영국 법원이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의 미국 송환안을 자국 내무장관에게 송부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제철소를 공격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마지막까지 항전 중인 ‘아조우스탈’ 제철소 일대에 대한 공격을 취소하고, 봉쇄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공격 대신 봉쇄를 하라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의 보고를 받는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장악했으며, “아조우스탈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과 용병 잔당들이 있는데 현재 포위된 상태”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스탈 공격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취소를 명령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공업지대를 봉쇄하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제철소 단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약 2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단지 안에서 대항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단지 안에는 러시아군에 최후 항전 중인 아조우 연대 소속 군인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많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민간인 1천여 명이 단지 안에 대피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공격 대신 봉쇄를 명령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아조우스탈 공격을 강행했을 경우, 러시아군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봉쇄를 선택했다는 관측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아조우스탈 단지를 과거 로마의 거대한 지하무덤 ‘카타콤’에 빗대 러시아 군인들이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벽을 기어오르고 땅속을 기어들어 갈 필요가 없다며, 대신 파리 한 마리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봉쇄 작전이 장기화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스탈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항복을 촉구하면서, 만일 투항하면 생명을 보장하고 적법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제철소 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아조우 연대의 스뱌토슬라프 팔라마르 사령관은 러시아의 항복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팔라마르 사령관은 동영상에서 러시아 연방이 제시한 무기 포기, 또 군인들이 포로가 되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장 지하에 대피 중인 민간인 수백 명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제3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20일 밤늦게 러시아에 특별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그간 러시아와의 정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측 수석 협상 대표로 나섰던 포돌랴크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는 마리우폴에서 특별 협상을 가질 준비가 됐다”면서 아조우스탈에 있는 아조우연대 병사들, 우크라이나 군인들, 민간인, 어린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며, 그들을 구하기 위해 바로 특별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마리우폴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하기로 했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1일 인도주의적 통로를 통해 전날(20일) 민간인을 태운 버스 4대가 마리우폴을 빠져나갔다고 밝혔습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21일에도 노인과 여성, 어린이 위주로 대피 작전이 계속될 거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안전 사정이 나빠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 러시아가 수천 명의 주민을 강제로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0일 크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미셸 의장은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유럽의 지도자들이 잇따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해 폴란드와 발칸 3국 지도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등이 최근 잇따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셸 의장도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파괴하고 EU를 분열시키려고 하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재정 지원을 위해 다음 달 5일 ‘우크라이나 연대 신탁펀드’가 출범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추가 지원에 나서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의 최신 전황을 설명하고 8억 달러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을 발표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공격의 초점을 재조정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도록 돕기 위해 지원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한 주 만에 또 다시 대규모 추가 안보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 안보 지원과는 별도로 우크라이나의 직접적인 경제 지원을 위해 5억 달러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프랑스로 가봅니다.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두 후보 간의 TV 토론이 있었군요?
기자) 네.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가 24일 실시되는데요.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둔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TV 토론에서 각종 국내외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습니다.
진행자) 결선 투표 전에 이런 TV 토론은 단 한 차례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결선 투표 직전,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입니다. 이날 TV 토론은 약 1천500만 명이 시청했는데요. 두 후보는 약 3시간의 토론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거친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로 르펜 후보의 친러시아 행적을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고요. 르펜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의 실정 때문에 경제가 나빠지고 물가가 치솟았다며 서민들의 생활고를 부각했습니다.
진행자) 르펜 후보가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인입니까?
기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르펜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을 존경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푸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홍보용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 르펜 후보가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지난 2014년 9월, 러시아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2014년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V 토론에서 르펜 후보가 당시 크름반도 병합을 인정한 사실도 지적하며 왜 그랬느냐고 신랄히 따졌는데요. 이에 르펜 후보는 자신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이라고 항변하며, 당시 러시아 은행에서 돈을 빌린 이유는 그 어떤 프랑스 은행도 자신의 정당에 돈을 대출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르펜 후보의 견해는 어떤 겁니까?
기자) 르펜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르펜 후보는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을 중단하면 러시아가 아니라 프랑스의 피해가 클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르펜 후보는 서민들의 생활 문제를 부각했다고요?
기자) 네. 르펜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기간, 프랑스 경제는 힘들어졌고, 사회는 분열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자신이 당선되면, 프랑스로 들어오는 무정부적이고 거대한 난민 행렬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르펜 후보는 반난민, 반EU 정책을 주창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르펜 후보는 이런 무정부적 이민은 범죄를 야기하고 프랑스 전역의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전과는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이번에는 EU를 떠나고 싶지 않다며, EU가 프랑스의 주권과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관계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사회에서는 또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인 ‘히잡’ 착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 이에 대한 두 후보의 생각은 어떤 겁니까?
기자) 네. 르펜 후보는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르펜 후보는 히잡은 이슬람교가 강요하는 복장이라면서, 대부분의 무슬림 여성은 선택권이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계몽주의와 보편주의의 탄생지인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을 금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게 하면 내전을 일으키는 일이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두 후보의 열 띤 공방을 지켜본 프랑스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의 손을 들어줬을지 궁금하군요.
기자) 마크롱 대통령이 좀 더 후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엘라브 여론조사기관이 토론 후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이 설득력 있었다는 응답이 59%인 반면, 르펜 후보는 39%에 그쳤습니다. 프랑스 주요 여론 조사기관들은 결선 투표가 다가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10%P 안팎의 차이로 르펜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요. 만일 24일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하면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영국 법원에서 이와 관련한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법원이 어산지 씨의 미국 송환을 20일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어산지 씨의 미국 송환이 한층 가시화됐습니다.
진행자) 법원 결정으로 어산지 씨가 바로 미국으로 송환이 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일단 송환 건은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 앞으로 송부됐는데요. 최종 송환 결정은 파텔 장관이 하게 됩니다. 여기에 어산지 씨는 이번 결정에 대해 상급 법원에 기한 안에 다시 항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어산지 씨 송환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미국 연방 법무부는 지난 2019년에 어산지 씨를 모두 18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가 17개, 그리고 컴퓨터 해킹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1개입니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 씨를 재판하기 위해서 그의 송환을 영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는데요. 이에 어산지 씨 측은 송환을 막아달라고 영국 법원에 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는 미국 군사기밀을 대량으로 유출해서 공개했죠?
기자) 네. 그는 지난 2010년 당시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 씨와 공모해서 미국 역사상 가장 광대한 분량의 기밀 자료를 빼내 이를 위키리크스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공개된 자료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간 건가요?
기자) 네. 어산지 씨가 공개한 자료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그리고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관한 매우 민감한 미국 정부의 보고서가 포함됐습니다. 특히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정보원들,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미국 외교관들에 관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미 법무부는 어산지 씨가 해당 자료를 공개해 미국과 동맹국 관계에 해를 주고 미국의 안보를 해쳤다면서 그를 1급 수배명단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는 영국에서도 복역 중이었죠?
기자) 네. 영국 법원은 어산지 씨가 2011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이후 영국 당국 소환에 불응하는 등 영국 사법 체계를 위반했다면서 어산지 씨에게 징역 50주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간 어산지 씨 측은 송환을 막기 위해 소송을 통해 장기간 법적 투쟁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월에 나온 1심 판결에서는 법원이 어산지 씨의 정신건강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송환을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어산지 씨가 미국에 송환되면 그가 자살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영국 법은 송환할 사람의 정신건강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영국 법원은 미국 당국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수형자가 자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상급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2심에서는 미국 정부가 어산지 씨를 인도주의적으로 대우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자 이를 근거로 송환을 허용했고요. 지난 3월 영국 대법원은 어산지 씨 측이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과 AP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