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으며, 남동부 전략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장악했다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4일 밝혔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군 지휘부 회의에서 "우리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들과 함께 두 공화국의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어 "최고사령관(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리우폴 시내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는 반군(우크라이나군) 잔당들은 전면적으로 봉쇄됐다"면서 도시를 장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군에 공급하는 무기와 군수 물자는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영토에 도착하는 즉시 파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철도를 포함한 육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수송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 병력이 최후 거점으로 삼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전날(3일)부터 격렬한 전투가 진행됐습니다.
마리우폴 시 당국은 4일 오전, 제철소 단지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전황이 급박하게 전개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사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3일) 제철소 단지에 전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 병력인 '아조우 연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아조우스탈에 맹공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해안 쪽에서 보트를 이용해 대규모 보병을 상륙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4일 해당 소셜미디어에는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측 약속 위반"
러시아 측도 제철소 공격 개시를 확인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3일 "민족주의자 무장조직 아조프(아조우) 연대 전투원들과 우크라이나 부대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재개됐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 병력이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제철소의 휴전을 전투 진지 확보를 위한 기회로 이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약속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벌어놓은 시간동안 지하 요새에서 나와, 단지 내에 진지를 구축해놨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아조우스탈 제철소 일대에서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휴전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반군 병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부대들이 야포와 항공기를 이용해 진지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 인명 피해 속출
제철소 현장에 남아있는 민간인들의 안전에 관해서는 "어린이 30여 명을 시설 밖으로 대피하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마리우폴 시 당국이 4일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4일 현재 5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BBC에 밝히고, 이 가운데 200여명은 상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옛 소련 시절 건설된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깊고 견고한 지하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외부 포격 등을 견딜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마리우폴을 방어하던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이곳을 최후 저항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하려는 주민들도 이곳에 들어가 있습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곳을 공격하지 말고 봉쇄하라고 명령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아조우스탈 "공격 대신 봉쇄"...프랑스 대선토론 '친러·경제·히잡' 공방■ 남동부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은 아조우해(아조프해)로 통하는 전략 요충지입니다. 이 지역을 러시아가 차지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도네츠크·루한시크를 연결하는 육상 경로를 확보하는데 유리해집니다.
또한 아조우해를 오가는 해상 물류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일대를 비롯한 북부지역 공세와 함께,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전투력을 집중했습니다.
북부 공세는 우크라이나 측의 저항에 밀려 더디게 진행되다가 결국 지상 병력을 퇴각시켰습니다.
하지만 마리우폴은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이 포위에 성공했습니다.
그 뒤로 계속 포위망을 좁혀온 러시아군은 최근 시내 주요 거점지역까지 접수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군은 남서쪽 항만 지역과 동쪽 아조우스탈 제철소 일대를 최후 거점 삼아 저항해왔습니다.
그러다 근래에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만 저항 병력이 남았습니다.
■ EU, 러시아 석유 금수 추진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석유 금수를 포함한 대러시아 6차 제재안을 4일 공개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새 제재안을 내놓으면서, "6개월 내에 러시아 원유 공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정유 제품은 올해 말까지 점차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완전한 수입 금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러시아산 원유를 포함한 석유 제품에 금수를 단행했으나, 유럽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석유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러시아산 원유 금수 발표..."러시아군, 민간인 대피로에 지뢰 매설"이번 제재안이 발효되기 위해선 27개 EU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합니다. 원유 금수조치에 반대하고 있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는 준비 기간을 두도록 했습니다.
두 나라는 2023년 말까지 기존 계약 아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U는 지난달 5차 제재에서 석탄 금수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이 밖에 EU의 이번 6차 제재안에는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인 스베르방크와 다른 주요 2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또 3개 대형 러시아 국영 방송사의 EU 내 방송 금지와 러시아군 고위 장교, 러시아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를 제재하는 항목도 포함됐습니다.
종교인을 제재 목록에 올리는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됩니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지해 논란을 일으켜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델라세라' 3일자 인터뷰에서 키릴 총대주교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 바이든 "추가 제재 열려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백악관 출입기자들로부터 EU의 6차 제제안 발표 이후 미국의 행동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추가 제재에 항상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G7(주요7개국) 회원국들과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독재와 민주주의의 전쟁"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3일) 330억달러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의회에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록히드마틴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했던 것처럼,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계속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조속히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을 바란다"고 연설했습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있다"면서 "세계에서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전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처음부터 말했듯이, 이 전쟁은 비용이 싸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침략에 굴복하는 것은 (나중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독자적으로 30억 달러 이상의 안보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그 돈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직접적인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한 공장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재블린 5천500기 이상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공급됐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블린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서는 부모들이 아이 이름을 '재블린', '재블리나'라고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농담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록히드마틴 공장 근무자들을 향해 "미군을 파병해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자신을 지키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치하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