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막 내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5년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홍보물이 세워져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납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년간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감동스런 장면과 함께 실망스런 모습도 있었는데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남긴 성과와 과제를 최원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5년 전인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한국의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미국과 북한 관계는 상당히 험악했습니다. 그 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 전략을 결정하고 평양을 거세게 몰아부치고 있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월 4일과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태평양으로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y will be met with fire and fury like the world has never seen....”

그러나 북한은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어 11월 29일에는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은 그 해 11월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해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인근에 보내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핵과 미사일을 둘러싸고 미-북간 긴장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끈질긴 노력 끝에 2018년 2월 북한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특사로 평양에 보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합니다.

당시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김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입니다.

[녹취: 정의용 실장] ”그 때 내가 깜짝 놀랐던 것은 희망했던 대답을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다 얘기해주더라구요. 예를 들어, 북한에 대한 안전만 보장해주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전제는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확실하다고 봅니다.”

평양에서 돌아온 대북 특사단은 곧바로 3월 8일 백악관을 방문합니다.

여기서 큰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한국의 대북 특사단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반응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평화를 바라는 8천만 겨레의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며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

이어 한 달 뒤인 5월 26일 남북 두 정상은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두 번째 깜짝회담을 가졌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중재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했습니다.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문재인 대통령은 그 해 9월1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남북한은 평양 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채택했습니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은 능라도 5.1경기장에 모인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적대를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문제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핵심이 빠진 회담이었다는 겁니다.

미국이 바란 것은 북한 비핵화였고, 북한이 바란 것은 제재 완화였습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비핵화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제재 완화에 대한 내용 역시 없었습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불만이었고 북한도 불만이었습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중재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은 상대방에게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비밀 핵시설은 물론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제재를 모두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회담은 실패했습니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asically they want sanction lift entirely but we couldn't do that…”

그로부터 넉 달 뒤인 6월 30일 미국과 한국, 북한 정상은 다시 한 번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회동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판문점 회동에 따라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북 실무협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 협상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그 후 북한은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떠넘기며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개성에 설치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북한은 또 2018년부터 유지해온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파기하고 올 1월부터 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을 14차례나 발사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4.25 열병식 연설 등을 통해 대남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위협을 하자 한국에서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정책이 목표로 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연이은 ICBM 발사가 문재인 정부의 평화 구상에 대한 ‘장례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의 안보동맹 강화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 무게를 뒀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It also weighed improving relations with North Korea as more..”
반면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과 노력을 좀더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핵 문제는 아쉽지만 지난 5년 간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것은 평가할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같은 고강도 군사충돌 사건은 없었거든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어두운 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 충분히 평가할 부분도 있다.”

한반도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타 국장도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미국과 북한을 정상회담 테이블로 이끈 것은 문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어떤 전임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남북간 소통과 평화를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Obviously landmark accomplishment is facilitate US, North Korea summit…”

5년 임기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이 되어 10일 경상남도 지산리에 마련된 사저로 돌아갑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