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해 초 마스크·의약품 대거 수입…외부 지원품은 국경 밖 대기 중

지난 2020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스크를 쓴 군인들.

북한이 올해 초 중국에서 마스크와 의료용품을 대거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대북제재 면제를 받은 코로나 방역 물품을 운송할 계획이지만 북한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올해 첫 3개월 동안 중국으로부터 약 18만 3천 달러어치의 마스크를 수입했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올해 1월 중국산 ‘얼굴용 마스크(Facial Mask)’ 수입에 5만 7천 680달러를 지출했으며 2월과 3월엔 각각 8만 6천 406달러와 3만 9천 710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북한이 이 기간 수입한 마스크 전체 무게는 약 26t, 수량 기준으론 약 748만 개입니다.

다만 ‘748만 개’로 표시된 수량을 전체 무게와 금액에 대입할 경우 마스크 1개당 무게가 무려 231kg, 금액으론 약 40달러에 달하는 만큼 중국 해관총서가 의미하는 마스크 ‘1개’는 박스 혹은 팔레트(Pallet) 단위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공식 기록만을 놓고 본다면 수억 개의 중국산 일회용 마스크가 북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해 12개월 동안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사들인 마스크 총액(다른 부직포 제품 포함)이 약 36만 2천 달러인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이미 작년 마스크 수입량의 절반을 올해 첫 3개월 동안 채웠습니다.

북한이 마스크 수입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마스크 수입 규모는 주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실제로 마스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한국의 경우 같은 기간 중국으로부터 702만 달러어치를 수입해 북한보다 약 40배 많은 양을 구매했습니다.

또 2억 1천568만 달러의 수입액을 기록한 일본이나 502만 달러의 미얀마, 142만 달러의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북한의 마스크 수입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북한이 중국산 의약품 반입을 크게 늘린 점도 주목됩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북한의 의약품(HS 코드 3004) 수입액은 1천 128만 달러로 전년도 1천 863만 달러의 60% 수준을 넘겼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비타민을 포함한 의약품이 146만 달러로 가장 많고 항생제 88만 7천 892달러, 항생제의 일종인 세프트리악손 69만 6천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인체에 사용되는 백신도 31만 1천 달러어치 수입 기록을 남겼습니다. 다만 어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인지 표기되지 않아 정확한 용도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또 북한은 각종 의료용품(HS 코드 3005)도 올해 79만 5천 달러를 수입해 전년도 2만 8천 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자체적으로 수입 중인 의약품이나 의료용품과 별도로 현재 국제지원 기구와 민간 단체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목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품목을 대거 포함한 상태입니다.

이들 품목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면제를 승인한 것들로, 상당수는 북한의 강도 높은 국경봉쇄 정책 때문에 아직 북한으로 반입되지 못한 채 중국 쪽에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목적으로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기관과 단체는 스위스 인도주의 지원국(SHA)과 싱가포르 적십자사, 독일 정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 한국의 ‘남북경제협력연구소 (IKECRC)’ 등입니다.

이들 기관은 소독 용품 세트와 진단 장비 등 코로나 전파 방지를 위한 용품을 비롯해 산소공급기 등 치료 도구의 대북 반입을 허가받았습니다.

또 남북경제협력연구소는 대당 4~8천 달러에 달하는 ‘열화상 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s) 20대를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밝혀 이를 승인받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