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항공 수송기 3대 운항 정황 포착…위성사진에 이동 장면 찍혀

평양 순안공항 북부 활주로에 17일 Il-76으로 추정되는 고려항공 수송기 3대가 포착됐다. 자료=Planet Labs

최근 북한 항공기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물품을 운송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들 항공기가 실제로 움직인 정황이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고려항공이 항공기를 띄운 건 약 2년 만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북부 활주로 지대를 촬영한 17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평소 보이지 않던 하얀색 항공기 3대가 보입니다.

길이가 46m로 일정한 이들 항공기는 활주로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1대는 북쪽을, 나머지 2대는 동남쪽을 향한 채 서 있습니다.

군용 목적으로 활용돼 온 순안공항의 북부 활주로에서 이처럼 하얀 색상의 항공기가 발견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같은 날 남쪽 활주로 일대에선 항공기 3대가 사라졌습니다.

순안공항 남쪽 활주로의 서쪽 지대에 마련된 야외 항공기 계류장은 평소 9대의 고려항공 항공기가 머무는 곳이지만 17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6대만 남은 채 3대의 빈자리가 두드러집니다.

과거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사라진 항공기 3대는 각각 하얀색에 길이 46m로 이번에 북부 활주로에서 발견된 항공기와 크기와 색상이 일치합니다.

46m 길이의 고려항공 항공기 3대가 기존 계류장소를 벗어나 약 3km 떨어진 군용 활주로로 자리를 옮겼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들 3대는 15일 위성사진을 통해 남쪽 지대에 머무는 모습이 확인됐지만 다음날인 16일엔 구름으로 인해 위치 파악이 어려웠고 이후 17일 북부 지대에서 발견됐습니다.

평양 순안공항 남쪽 활주로의 계류장을 비교한 15일(왼쪽)과 17일 위성사진. Il-76 수송기 3대가 사라진 장면(오른쪽)을 볼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위성사진이 촬영된 15일과 17일 사이 항공기 운항 등 이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앞서 한국 언론은 16일 오전 북한 고려항공 수송기 3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중국 선양 타오셴 공항에 착륙했다 당일 오후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고려항공이 보유한 가장 큰 수송기인 Il-76 기종이 동원됐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함께 전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이번에 위성사진에 찍힌 항공기 3대는 앞서 한국 언론이 언급한 수송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고려항공의 Il-76 기종은 길이가 46m로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된 항공기와 동일하다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항공기는 16일 중국을 다녀온 뒤 북부 지대에 격리 중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통상 북한은 선박이나 선로를 이용해 제한적으로 반입된 물품을 장기간 격리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줄곧 지상에 머물던 고려항공 기체가 2년여 만에 해외를 다녀온 점도 주목됩니다.

고려항공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여객기와 수송기의 운항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부 항공사들이 항공편 감축에 나선 경우는 있지만 운항 전면 중단은 전 세계 항공 업계에서 유례없는 일입니다.

고려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계없이 취항할 수 있는 나라가 극히 드문 항공사입니다.

고려항공은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 외에 파키스탄, 쿠웨이트, 태국, 말레이시아 등 최대 6개국 10여 개 도시에서 승객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하지만 2017년을 전후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나라들이 핵실험 등을 이유로 고려항공의 착륙을 전격 금지하고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영공 통과까지 불허하면서 고려항공 해외 취항지는 이 시기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한정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