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한국 방문…‘안보동맹 넘어선 글로벌 동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미한동맹을 안보를 넘어 경제와 기술, 역내와 국제 문제를 아우르는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중국 문제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얼마나 보조를 맞출지도 관심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이번 방한에서의 주요 의제와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한국 방문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안보, 경제, 글로벌 동맹, 그리고 중국’입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올해 들어 모두 16차례의 미사일 시위를 이어가고 고강도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한인 만큼 두 나라의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전후한 북한의 ICBM과 핵실험 가능성을 경고하며 동맹국과 모든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필요할 경우 억지력 강화 등 군사 준비태세를 장단기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We are prepared, obviously, to make both short- and longer-term adjustments to our military posture as necessary to ensure that we are providing both defense and deterrence to our allies”

한국 측은 “확실하고도 실효적인 확장 억제력을 어떻게 강화할 건지 액션플랜을 보여주는 것”을 두 정상의 최우선 과제로 못 박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구체적인 확장 억지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바람으로, 윤석열 정부는 이미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EDSCG는 2016년 양국 고위급 간에 합의되고 2차례만 열린 후 2018년 1월 남북, 미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며 중단됐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의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EDSCG 재가동은 미국과 한국이 억지 강화를 위한 잠재적 조치를 논의함으로써 동맹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resurrection of the EDSCG could help allay allied concerns by discussing potential actions by the US and its allies to augment combined deterrence measures. Potential topics include resumption of pre-2018 level of combined military exercises, rotational deployment of US strategic assets to the Korean Peninsula, and discussion of a nuclear sharing agreement similar to US-NATO arrangements.”

클링너 연구원은 이와 함께 미한 연합훈련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재개하는 방안,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 나아가 미국 전술핵의 ‘나토식 핵공유’에 대한 논의도 가능한 주제로 제시했습니다.

‘나토식 핵공유’는 북한의 핵 역량이 고도화하면서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또 전략자산은 상시 배치의 경우 미군의 해외재배치(GPR) 방침 등을 고려해야 해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일부 전략자산을 동원한 실무장 폭격훈련을 포함한 고강도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또 미국이 북한 등 역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미한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순방을 계기로 전향적인 조치가 나올지도 관심입니다.

일각에서는 미한일 3국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신설, 미한일 3국 군사훈련을 제안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역대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 협력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과 의료 물자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안보 문제와 함께 경제 협력도 ‘경제안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번 방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나라는 자유무엽협정(FTA)을 통한 무역 협력을 넘어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기술동맹’으로 경제협력을 심화한다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맞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도착 첫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또한 방한 둘째 날에는 한국이 주최하는 공식 만찬에서, 마지막 날에는 별도의 회동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한국 경제계 인사들과 만남도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기술동맹에 대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의 장을 더욱 넓혀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이와 관련해 설리번 보좌관도 이번 방문이 “기후, 에너지, 기술에서 경제 성장과 투자에 이르기까지 진정으로 글로벌한 미한동맹의 성격을 강조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He will highlight the truly global nature of the U.S.-ROK alliance, from climate and energy and technology to economic growth and investment.”

그동안 안보 중심의 미한동맹에서 첨단기술, 공급망 같은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동맹국 한국과 함께 경제·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 심화해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알리고 한국과 일본이 동참 의사를 밝히는 것도 대중국 견제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IPEF는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경제,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경제 이슈 협력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파트너 국가를 모아 만드는 경제통상 협의체로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역내 주요 동맹국들의 동참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중국이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해 “신냉전 위험, 진영 대항”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크 토콜라 전 주한 미국부대사. 사진제공=KEI.

이와 관련해 주한 미국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안보산업 발전에 핵심인 만큼 공급망 회복력 문제는 경제를 넘어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제조업과 기술 강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과 이 분야에서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I think the economic issues have become very central and the supply chain resiliency is a big issue, and it's not just economic, it's a national security issue…I think the supply chain issues and the Indo Pacific Economic Framework, have value beyond any relationship with China.”

토콜라 부소장은 특히 “공급망 문제와 IPEF는 중국과의 관계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며 이는 “국가 경제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중국 견제를 위한 반중연합 구성”으로 규정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동맹과 민주주의의 힘을 강조하는 기회로 정의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Mr. Biden, President Biden is going to be emphasizing the opportunity for South Korea to become more integrated in Asia to build its relations with Australia, with Japan, with the QUAD and to have more economic security…”

리스 전 실장은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더욱 통합되고 ‘쿼드’ 4개국과 관계를 구축해 더욱 많은 경제안보를 이룰 기회를 강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견제에 대한 문제가 아닌 “한국이 새로운 아시아 환경에서 더욱 번영하고 안심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중국 견제 행보는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 새 정부가 중국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얼마나 보조를 맞출지도 관심입니다.

특히 21일 미한 정상회담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타이완, 신장 자치구 인권문제 등과 관련해 어떤 표현이 담길지 주목됩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해 5월 발표된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미일 공동성명보다 낮은 수위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등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한 만큼 이전 정부와 다른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최근 권위주의와 공산주의 국가에 의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여기며 '반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확산을 막기 위해 마음이 같은 국가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Korea and Japan, as two of the world's leading democracies, are natural partners in this effort, and President Biden intends to appeal to both to work with him to defend democracy and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민주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이런 노력의 당연한 파트너”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에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방한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글로벌 파트너로서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 현안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놀랄 만한 지원에 감사한다’고 평가한 가운데, 이번 순방 기간 한국 측에 무기 지원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한국 측은 이에 대해 “협의한 적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부터 2박 3일간의 한국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22일 오후 일본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