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 전투가 가장 격렬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26일 밝혔습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점령군(러시아군)을 상대로 교전이 최대 격렬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적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급습하고 있다"며 "우리는 극도로 힘들고 긴 국면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말랴르 차관은 향후 "상황이 여전히 어렵고 더욱 악화할 조짐이 보인다"며 "하지만 이것이 전쟁이고,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전략 요충지 크라마토르스크로 가는 길목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등을 집중 공격하고 있습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는 전날(25일) "러시아군이 모든 방향에서 일제히 진격해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전황 평가과 같은 메시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놨습니다.
특히 세베로도네츠크는 24시간 내내 계속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우크라이나측 병력이 항전하는 중이라고 26일 보도했으나, 민간인 거주 시설 등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 때문에 방어선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이다이 지사는 러시아 지상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외곽까지 이미 다가온 상태라고 설명하고 마리우폴처럼 포위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로서, 장기간 러시아군에 포위된 끝에 최근 러시아로 통제권이 넘어간 지역입니다.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와 인근 리시찬스크를 점령하면 돈바스 지역 절반을 장악하게 됩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달 '특별 군사작전 2단계' 개시를 선언하면서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지속' 확인...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2단계 시작"■ "러시아 정예 공수부대 수차례 전술 실패"
이런 가운데, 러시아 최정예 공수부대인 'VDV(Vozdushno-Desantnye Voyska)'가 우크라이나에서 수차례 전술 실패에 연루돼 손실을 입었다고 26일 영국 국방부가 평가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갱신한 우크라이나 전황 정보에서 "러시아 공수부대 VDV가 몇 차례 중요한 전술 실패에 깊이 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전 초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장악 시도 과정에서 호스토멜 국제공항을 신속하게 점령하지 못한 사건, 이지움 진격 정체, 그리고 시베르스키도네츠강 도하 작전 실패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같은 실패의 배경에는 "중무장 기갑보병에 더 적합한 임무들이 VDV에게 부여된" 사정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중 강하로 적진 깊이 침투해 핵심 거점을 신속하게 타격하는 공수 병력 본연의 임무 대신, 지상에서 기갑부대를 앞세운 화력전에 VDV가 대거 투입돼 전력 손실로 이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 세계 최대 공수 부대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20년대 창설된 VDV는 러시아가 관여한 전쟁에 가장 먼저 투입돼 중요 지점 확보 임무 등을 수행합니다.
4개 사단과 1개 독립여단이 기본 편제이고,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2개 독립연대를 포함하면 세계 최대 규모 공수 부대입니다.
낙하산으로 기갑차량을 투하하는 기술이 있어 침투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전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올해 초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 신속히 투입돼 진압한 것도 러시아 VDV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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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VDV를 '리더십 참수작전(leadership decapitation)'에 투입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전력적 가치가 있는 인물을 제포하거나 제거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같은 작전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쟁지휘능력을 없애려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곧 실패하고 북부 전선 곳곳으로 VDV 병력은 분산 배치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VDV 소속 병력과 장비의 손실이 계속됐습니다.
수도 크이우 호스토멜 국제공항 점령 작전에 투입된 VDV 대원 가운데 최소 39명이 작전 실패로 사망했다고 지난달 보도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