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생활통제 간부 상대 대규모 강습회..."신종 코로나 사태 속 민심 이반 대응 행보"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부터 사흘째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이어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와중에 이례적으로 주민 통제를 담당하는 당 말단 간부들까지 불러 대규모 정치행사를 가졌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경제난으로 인한 심각한 민심 이반을 반영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재 아래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 생활지도 부문 일군 특별강습회’가 열렸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특별강습회가 노동당 역사상 처음 열렸다며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 철저하게 확립하고 당의 영도적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실천적 의의를 가진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강습회에서 “모든 당 조직이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에 절대 복종하도록 기강을 세우는 것을 당 생활지도의 근본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당 영도체제의 북한은 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에 부문별로 ‘당 생활지도과’를 두고 있습니다. 간부들의 조직생활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 중앙당 아래 인민군 당위원회 같은 중앙급 당위원회와 각 도 당위원회에도 조직부 당 생활지도과가 있고 각 시·군 당위원회 조직부에는 당 생활지도 담당자가 있습니다.

이들 당 생활지도 부문 각급 간부들은 일사불란한 시스템 속에서 강력한 유일영도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전국 일선에서 주민 통제를 직접 담당하는 해당 부문 말단 간부들까지 수천명을 평양으로 불러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는 이틀간 회의와 사흘간 실무강습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경제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대규모 정치 이벤트라는 점에서 북한 내부 사정의 심각성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통제 기제에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코로나 상황에서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이 행사를 5일 동안이나 개최했다는 얘기는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거고요. 그러니까 지금 사회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고, 이 얘기는 결국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체제 이반 이런 것들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서 통제 강화를 시도하기 위해서 열렸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김 위원장은 강습회에서 “당이 엄혹한 난관과 도전에 겹쌓여 있다”며 “정치적 지반을 굳건히 다지는 데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 생활지도 부문의 활동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간부들의 직무태만과 기강 해이, 국정운영의 허점 등을 보완하고 문책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를 통해 모든 간부와 주민들의 기강과 규율을 확립하고 당과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6월 한 달 간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와 전원회의 확대회의, 비서국회의,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등 일련의 굵직한 정치 행사들을 잇달아 열었고 이 회의들에선 조직 정비와 규율 강화, 사상 학습 등 내부 결속과 사회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의제들이 한결같이 다뤄졌습니다.

또 당 전원회의에선 총정치국장과 국가보위상, 사회안전상 등 공안기구 수장들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공안기구라고 하면 체제통제 부문에서 핵심 기구들인데 이것도 최근에 다 바꿨단 말이에요, 교체를 하고. 그리고 그 기능을 담당하는 당 생활지도부문 특별강습회니까 지금 사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부문도 충분이 이번 특별강습회의 중요 과제 중 하나라고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내부 결속을 다져 향후 대미 갈등 국면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올들어 각종 미사일 발사 등 모두 19차례의 무력시위를 벌였고 당 전원회의를 통해선 미국에 대해 ‘강대강’·‘정면승부’ 방침을 천명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기념일 등을 계기로 한동안 쓰지 않던 ‘미 제국주의’라는 말을 써가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편에선 대외적으로 핵실험이나 전략무기 개발 같은 일련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 상당히 예상되는 국제적 압박, 다양한 정세적 불안정성 이런 것들을 사전에 당적 결속을 통해서 확고하게 흔들림 없이 내부는 다져놓고 시작하겠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이 실은 사진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백신 접종도 안했는데 신종 코로나 확산 중에 마스크 없이 대규모 실내행사를 한다는 것은 코로나 정책의 변화를 시사한다며, 결국 경제난을 견디지 못하고 강력한 방역통제를 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노동신문 편집이나 이런 것을 다양하게 살펴보면 지금 북한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코로나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아닌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것들이 아마 이번 강습회에서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식으로 나타난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로 보인다며 이번 행사와 관련해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이 웃는 사진을 실은 것도 주민들에게 동요를 막고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