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식량 가격이 보릿고개 시기를 넘은 7월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민생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봄 가뭄과 이른 장마로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른바 ‘올곡식’ 작황이 큰 타격을 입은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북한의 쌀 가격이 6월 중순 이후 kg당 6천원을 상회하면서 7월 1일 현재 6천2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옥수수도 6월까지 2천원대 후반으로 고공행진을 했는데 7월 1일 현재 3천100원으로 상승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도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시장의 쌀 가격이 지난달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근엔 kg당 6천원대로 올라섰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농업 전문가들은 보릿고개를 넘긴 7월 들어 북한의 주곡인 쌀과 옥수수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에선 7월이면 제철보다 일찍 수확하는 이른바 ‘올곡식’으로 밀과 보리 감자 등이 시장에 풀리면서 춘궁기를 거치며 상승했던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화하는 패턴을 보이곤 했는데, 올해는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가뭄과 6월에 닥친 이른 장마로 이들 곡물의 작황이 심대한 타격을 입은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 농업을 연구하는 민간단체인 굿파머스의 조충희 연구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비가 좀 와야 되는 겨울이나 4,5월엔 안 오다가 그 다음에 밀과 보리가 영글어서 말라가지고 수확이 되는 6월 시기에 비가 오다 보니까 밀 보리 수확에 다 영향을 준 거에요.”
조 소장은 예년의 경우 올곡식 수확량이 30~40만t 정도를 기록하면서 7월이 되면 쌀과 옥수수 가격이 각각 kg당 4천원대 중반, 1천원대 후반으로 안정되곤 했는데 지금의 상승세로 미뤄 올해 올곡식 수확량은 10만t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연초에 북-중 국경 봉쇄가 일부 풀렸다가 4월 말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차 봉쇄 조치가 내려지고 교역이 차단된 것도 곡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 김영훈 박사는 북한의 전체 곡물 수요량 가운데 수입물량의 비중은 5~6% 수준이라며, 주된 수입품인 밀가루 가격 상승 폭이 국경 봉쇄로 매우 높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의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지난해 밀과 보리 재배 면적을 늘렸지만 올해 기후적 요인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농작물 배치를 대담하게 바꿔 벼농사와 밀, 보리 농사에로 방향 전환을 할 데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논벼와 밭벼 재배 면적을 늘리며 밀, 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으로 보장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권 원장은 김 위원장의 지시가 밀가루 자체 생산을 통해 북한 주민 식생활을 현대화하고 식품가공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려는 구상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 위축으로 수입이 줄어 구매력이 떨어졌는데도 식량 공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사자 소식이 들려올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식량을 의존했던 양강도와 자강도 함경도 산악지역의 경우 북한 내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지역 간 이동 차단과 북-중 교역 봉쇄로 식량난이 한층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북한 인민반이 50~100명 정도가 거주하는데요, 접경지 일부 지역에선 3명에서 5명까지 최근 한두달 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이게 아사자, 자연사망자, 코로나 사망자, 기타 질환 사망자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비정상적으로 사망자 숫자가 많거든요.
이번 봄 가뭄과 이른 장마는 올 가을 쌀 수확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권 원장은 봄 가뭄 때문에 쌀과 옥수수 파종과 이식 작업이 지연됐고 신종 코로나 사태로 노동력 동원 시기도 늦춰지면서 작물의 생육 일수가 줄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른 장마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어느 정도 작물이 생육한 상태에서 장마가 오는 것과 아주 어린 시기에 장마가 오는 것은 전혀 피해가 다른 것인데 올해는 작업이 늦어진데다 장마가 빨리 오다 보니까 피해가 더 커진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조충희 소장은 이번 장마가 황해도와 평안남도 등 북한의 곡창지대에 집중됐기 때문에 가을 벼 수확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