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신종 코로나 재유행 공식화...전문가들 "전파력 강한 변이 전세계 확산, 북한 경제 위기 가중"

지난 5월 한국 경기도 파주 임진각 통일전망대 방문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수칙 안내문 인근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다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강한 새 변이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확산은 주민 이동 통제와 격폐를 통한 방역에만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국면으로 다시 돌입했다며 사실상 재유행을 공식화했습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종 코로나 재유행의 경고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재유행의 파고는 노력에 따라 그 크기와 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들께서는 차분하고 질서있는 시민의식으로 실내마스크, 주기적 환기 등 개인방역을 통해 가족과 자신, 이웃 등을 보호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괄조정관은 이어 “방역당국은 방역과 의료 체계에 대해 재유행 대응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라며 “다음주 하절기 재유행 대응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반적인 예측모형의 추세와 이 과정에서 중증·사망 피해가 어느 정도 나올지 등을 판단하면서 방역 조치를 어떻게 변경할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손영래 반장] “현재 확진자 추세는 감소세에서 확산세로 다시 전환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재유행으로 들어간다고 판단이 되면 여기에 대해서 현재의 방역 대응체계들을 어떻게 변경시킬 것인지 각종 방역 조치들과 의료대응 조치들의 변화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수 평균이 1만5천277명으로, 지난주 8천193명에 비해 86.5%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최근 며칠간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8일 발표된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812명 증가한 1만9천323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확진자 수가 두 배로 불어나는 ‘더블링’ 현상도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유행의 주요 원인으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 바이러스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A.5는 기존 변이보다 면역회피성이 높은 것이 확인됐으며, 기존에 맞은 백신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점도 재유행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입니다.

[녹취: 이재갑 교수] “미국에서 나오는 리포트들을 보면 BA.5가 유독 BA.2나 오리지널 오미크론보다 백신 회피가 커서 백신 맞고도 돌파감염이나 감염된 사람의 재감염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한국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BA.5의 검출률이 6월 둘째주 1.4%에서 6월 다섯째주엔 28.2%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에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 백신 4차 접종을 서두른다는 방침입니다.

기존 백신이 BA.5 감염을 막아준다는 확신은 없지만 감염시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춰준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신종 코로나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환자 수가 이틀째 1천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8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인용해 지난 6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에서 새로 발생한 발열환자 수가 총 1천630여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에선 지난 4월 말 신종 코로나 환자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총 476만여명의 발열환자가 발생했고 완쾌율은 99,9%에 이릅니다.

지난달 북한 평양 시내에서 방역요원이 버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자료사진)

백신 접종이나 치료제 없이 국경 봉쇄와 지역간 이동통제 등 격폐 조치에 의존해 방역전을 펼친 북한은 한 때 하루 수십만명의 발열환자가 나왔는데 지금은 1천명대까지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신종 코로나로 인한 누적 사망자수는 지난 5일 기준 74명으로 이에 따른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합니다.

선진적인 의료체계와 장비를 갖춘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 치명률은 0.13%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낮은 치명률에 대해 당국이 의도적으로 줄였거나 통계를 만드는 시스템이 부실한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설사 북한이 비상방역을 통해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일시적으로 꺾었다고 하더라도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확산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과 민생고를 더욱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재갑 교수는 중국도 신종 코로나 감염 추세가 다시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북한 정권의 속성상 다시 대유행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이를 인정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재갑 교수] “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서 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백신 접종은 더 안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될텐데 그냥 비슷한 방법을 동원하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와 지역간 이동 통제로 민생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런 격폐에 의존한 방역정책을 사실상 풀고 있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오히려 중국 쪽에서 더 문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이고 북한이 더 국경을 열고 싶어하는, 그러니까 장기간 국경 통제로 인한 후유증이 아주 많이 누적된 상황이고 거기다 식량 사정이 진짜 나빠요. 그렇게 본다면 이게 재유행돼도 다시 이동 통제를 할 명분이 없죠.”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 아래 수천명의 노동당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 생활지도 부문 일군들을 실내에 집결시켜 마스크를 착용시키지 않은 채 특별강습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또 김일성 주석 사망 28주기인 8일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