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서로 다른 대응법으로 접근했던 한국과 북한이 2년여가 지난 지금 대조적인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며 일상회복으로 가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변이 바이러스를 경계하며 봉쇄 중심의 방역 조치를 장기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취했던 영업시간, 사적 모임, 행사와 집회 등에 관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18일부터 모두 해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직장에서의 대규모 회식이 가능해졌고 결혼식 하객 인원 제한도 사라졌으며 공연장, 체육경기장, 영화관, 종교시설 등 수용인원 제한도 없어졌습니다.
식당 카페 등 업장 이용시간 제한도 풀려 자영업자들이 활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이후 2년여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한국에선 여전히 신종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대유행이 진행 중이지만 그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체계적으로 진행한 덕에 정점을 지났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입니다.
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완전 종식을 기대하기 보다는 신종 변이 출현 등을 감안해 코로나와 더불어 사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최근 60세 이상 국민들에 대한 백신 4차 접종을 시작했고 먹는 치료제 도입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위기의식을 가지고 방역규율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는 비상방역 상황의 장기성에 철저히 대비해 방역사업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발발 초기부터 펼쳐 온 봉쇄 중심의 방역 조치 장기화를 시사한 겁니다.
‘노동신문’은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전염력과 백신 회피력이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가 전염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래 확진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하며 ‘청정국’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국제사회가 제공하겠다는 백신 도입을 거부한 채 국경 봉쇄와 고강도 방역 조치에 의존하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한국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북한이 봉쇄 중심의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과거 사스와 메르스, 신종 플루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던 전염병들과 달리 신종 코로나는 높은 전파력으로 전세계에 퍼진 펜데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재훈 교수] “지금 오미크론 변이 정도의 전파 능력을 봤을 땐 이것을 언제까지 막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막는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불러온다는 것을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요. 중국도 그래서 지금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 확산되면서 봉쇄가 반복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더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생기는 것이고요. 그런 것이 가장 강력한 사례가 북한이라고 생각하는데 북한 방역정책이 지속 가능한 형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한국과 다른 전염병 대응책을 펴는 것은 열악한 의료시스템과 함께 체제적인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이 ‘위드 코로나’로 가는 데 필요한 의료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를 수령지배체제를 공고하기 위한 주민 통제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자료에 의하면 세관 관계자들, 외교 관계자들, 북한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측근 관계자들은 이미 백신을 다 맞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백신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자기들만 안전하면 된다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경제는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이 정상화되지 못해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운행을 중단했던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간 화물열차가 지난 1월 16일 운행을 재개했지만 올해 1분기 북-중 교역액은 정상적인 교역이 이뤄졌던 2020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최근 일부 재개된 북-중 교역은 민생에 직결된 장마당과의 연계성이 없는 국가무역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 상황에서도 핵 능력 고도화로 자원을 집중하고 있거든요. 거기다가 지금 살림집보다 더 급한 부분들이 훨씬 많거든요. 김 위원장이 치적 사업으로 군사 분야와 건설 분야로 자원이 왜곡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북한 경제의 교란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게 언제까지 표면상 평온이 유지될지는 상당히 의문인 상황입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경제난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미 시작됐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현재의 봉쇄정책은 체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2016년부터 해서 근 10년 가까이, 조금만 지나면 10년 가까이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금 혁명사상 고취 이런 것으로 무마를 하고 있지만 이게 분명코 북한의 체제 위기로도 간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 지도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현재 전세계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을 1차 접종도 시작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과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단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