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의 한국 측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버스 30여 대가 주차구역을 벗어나 공장 건물과 개성 시내를 운행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의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큰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VOA가 공개가 제한된 위성사진을 통해 개성공단 동쪽 지대에 위치한 버스 차고지를 살펴본 결과 약 30대의 버스가 기존 주차 구역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성공단에는 남북 방향으로 이어진 주차구역 약 13개가 있으며, 각 구역당 20대의 버스를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촬영된 최신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에서 2번째와 3번째에 위치한 주차구역에서 각각 버스 5대씩 사라지고, 5번째 구역에서 4대가 기존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또 7번째 주차구역의 경우 9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사라져 기름때로 얼룩진 바닥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전체 주차구역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기존 주차구역을 떠난 버스는 약 30대로 집계됐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차고지 중심부 건물 주변 길가에 정차된 일부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주차구역에 있는 버스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주차 구역에 있던 버스는 5년 넘게 같은 자리에 남아있었는데, 최근 이중 30대가 기존 자리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다만 비어 있던 주차 구역에 10대의 버스가 새롭게 나타나 최종적으로 개성공단 차고지를 벗어난 버스는 약 20대로 추산됐습니다.
과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되던 시절 북측 근로자 출퇴근 편의 제공을 위해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290여 대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이중 약 30대를 제외한 나머지 260여 대의 버스가 차고지에 머물러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로 30대의 버스가 기존 주차 구역을 벗어나고, 이중 20대가 차고지를 떠나면서 남아있는 버스는 240대로 줄었습니다.
차고지를 벗어난 버스는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 등지를 운행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최근 VOA가 한국 버스 9대가 지속적으로 정차하고 있다고 지목한 개성공단 내 한 공장 건물 앞에서는 이번에도 7~8대의 버스가 포착됐습니다.
‘가죽과 가방, 신발 지구’에 위치한 이 공장 건물에는 지난해 8월부터 이 같은 모습이 관측돼 북한이 버스를 이용해 근로자를 실어 나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에어로시티 버스에는 25명에서 50명(입석 시)까지 탑승할 수 있어 9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근로자는 최대 450명에 달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의 서쪽, 즉 개성으로 향하는 출입구 바깥 지대에도 한국 에어로시티와 동일한 지붕 모양을 한 버스 2대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 통일부는 12일 북한이 개성공단의 남측 공장 일부를 무단 가동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북한 근로자가 남측 공장에 출근해 생산활동에 동원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북한 근로자가 남측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는 VOA의 앞선 보도와 일치합니다.
이 밖에도 공장 최소 2곳에서 트럭과 승용차로 보이는 차량이, 그리고 또다른 공장 앞 지대에서는 하얀색 물체 더미가 놓인 모습이 이번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