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미사일에 숨진 4세 여자 어린이 '리사' 추모 이어져...푸틴, '전쟁 장기화 대비' 법안 서명

14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단행된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 시내에 유모차가 넘어진 채 방치돼 있다. 현장에서 숨진 4세 여자 어린이 '리사'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4세 어린이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공개해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날 서부 도시 빈니차에서 사망한 어린이 '리사'의 영상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렸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측은 "러시아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리사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히고 "어머니인 이리나의 소셜미디어 페이지가 딸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포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영상 하단에는 빈니차 시내에 미사일이 떨어지기 약 1시간 12분 전인 오전 9시38분으로 시각이 표시돼 있습니다.

약 8초짜리 해당 영상에는 리사가 자신의 키보다 큰 유모차를 밀면서 걷는 모습이 나옵니다.

리사는 영상을 찍는 어머니와 짧은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바닥을 봤다가 어머니와 카메라를 번갈아 응시하는 모습이 이어집니다.

리사는 미사일이 떨어진 직후 숨졌고, 어머니인 이리나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리가 절단되고 중태에 빠졌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14일 오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 도심에 러시아군 미사일 3발이 떨어져, 리사를 포함한 어린이 3명 등 민간인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서부 미사일 공격, 어린이 등 120여명 사상...젤렌스키 "러시아의 국가적 테러"

◼︎ 어머니와 발달센터 가던 길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숨진 리사는 장애아로 추정됩니다.

우크라이나 언론인 다닐로 모크리크 씨는 "리사는 어머니와 함께 빈니차에 있는 발달센터로 가는 길이었다"고 현지 매체들에 설명하고 "잠시 후 러시아 미사일이 빈니차 도심을 공격했고 리사는 현장에서 숨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온라인 공간에는 리사와 어머니 이리나 씨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추모 게시물을 연이어 올리면서 러시아군의 행위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테러가 아니면 무엇인가"

빈니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서남쪽으로 약 270㎞ 떨어진 인구 37만 명 가량의 소도시입니다.

이 곳에는 주요 군사시설이 없어, 전략·군사적 가치와 무관한 순수 민간인 대상 공격이 자행된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적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건 당일(1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상자 중에는 어린이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의 국가적 테러 행위이며, 이것이 테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리사의 죽음을 소개하며, 러시아를 테러국가로 지정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했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피와 눈물에 대해 러시아 전범들을 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 푸틴 '국가 반역죄' 개정법안 등 서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분쟁 상황에서 적 편으로 넘어가는 행위를 국가 반역죄로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에 14일 서명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 (자료사진)

개정 법률에 따르면 군사 분쟁 시 또는 무기가 투입되는 군사 활동 상황에서 러시아와 적대하는 외국 세력이나 국제 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이적 행위로 간주하고, 국가 반역죄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 최대 20년 징역형의 처벌 규정을 뒀습니다.

또 러시아의 안보에 반하는 활동으로 외국·국제 기구나 그 대표들에게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자문 등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도 같은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달초 하원(국가 두마)와 상원의 심의를 통과한 이같은 형법 개정안은 이날(14일) 푸틴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법률 정보 공시 사이트에 게재되며 발효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14일) 또한, 정부가 국외 '대테러·기타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 경제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는 법안에도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기업은 정부와의 계약을 거부할 수 없고 해당 기업의 직원들은 야근과 휴일 근무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의 시설과 자산을 동원하거나 점유할 수 있게 됩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대비하는 포석이라고 주요 매체들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