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14일 우크라이나의 서부 도시 빈니차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민간인 최소 23명이 사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오전 빈니차 도심에 러시아군 미사일 3발이 떨어져, 이날 밤까지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사망 23명, 부상 100여명 등 120여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사일 공격 직후 빈니차 도심에는 대형 화재가 번졌습니다.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주요 건물이 파손되고, 불에 탄 차량이 50여대에 이른다고 시 당국은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찰청은 성명을 통해 "미사일이 사무실 단지와 근처 주거지 건물을 공격했다"고 밝히고 "거대한 불길이 일어나 주차장의 차량까지 불탔다"고 전했습니다.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목숨을 잃는 사람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 우크라이나 '테러' 규탄
빈니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서남쪽으로 약 270㎞ 떨어진 인구 37만 명 가량의 소도시입니다.
이 곳에는 주요 군사시설이 없어, 전략·군사적 가치와 무관한 순수 민간인 대상 공격이 자행된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적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상자 중에는 어린이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의 국가적 테러 행위이며, 이것이 테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러시아가 또 다른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트위터에 적은 뒤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피와 눈물에 대해 러시아 전범들을 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전쟁범죄 국제회의 개최
이날(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의 책임 규명을 다루는 '우크라이나 책임 회의'가 열렸습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중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칸 검사장은 "어린이와 여성, 남성, 젊은이, 노인들이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런 때 법이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칸 검사장과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 디디에 라인더스 유럽연합(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이 주최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국과 EU 대표가 참가했습니다.
◼︎ 미 "러시아군 명확한 패턴으로 범죄 반복"
이날 회의에서 우즈라 제야 미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은 전범 책임 규명 작업에 관한 토니 블링컨 장관의 지지 메시지를 전한 뒤 러시아군의 만행을 비난했습니다.
제야 차관은 "성폭행과 고문, 초법적 처형, 실종, 강제 추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학교, 병원, 놀이터, 아파트, 곡물 저장고, 수도·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 등이 매일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이같은 행위는) 일부 불량 부대의 행동이 아니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에서 명확한 패턴 속에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국 정부, 책임 규명 적극 지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책임 규명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이 우크라이나 현지를 직접 방문하고, '전쟁범죄 책임팀'을 공식 발족시켰습니다.
이 조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잔학 행위 연루자를 식별·체포하고 기소를 돕는 활동을 합니다. 아울러 전쟁범죄와 관련된 작전 도움과 형사소추 조언, 증거 수집, 포렌식, 관련 법률 분석 등 광범위한 기술적 지원도 이 조직을 통해 미국이 제공합니다.
그밖에 종군기자 살해와 상해 등 미국의 사법 관할권에 드는 사건에서도 이 조직이 주도적 역할을 합니다.
갈랜드 장관은 일라이 로젠바움 전 법무부 특별수사국(OSI) 국장을 전쟁범죄 책임고문으로 임명해, 새로 출범한 조직을 이끌고 미국 정부 부처들의 관련 활동을 조율하도록 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