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토 제공 하푼 미사일 보관소 파괴"...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군사기지화

17일 우크라이나 남부 므콜라이우 시내 미사일 공격 직후 소방대원들이 밀밭에서 번지는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17일 우크라이나 남부 대형 산업단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므콜라이우 주의 주도 므콜라이우 시내 산업시설과 외곽 농업지역 등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므콜라이우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 북서쪽에 있는 곳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최전방 거점입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사일 공격을 통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하푼 대함 미사일 보관소를 파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므콜라이우 시장은 미사일이 군사용도와는 관계없는 산업단지와 사회 기반시설을 타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를 만드는 설비가 큰 피해를 봤다고 지역 당국은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 지역에 있는 밀밭도 대형 화재로 상당한 면적이 타버린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 원전 군사기지화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를 장악해 '군사기지화'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회장은 16일,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을 전하며 이 같이 우려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인 지난 3월부터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병력 500여명과 대형 무기들을 배치하고 있다고 코틴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코틴 회장은 현지 상황이 "극도로 긴박하다"며 "러시아군이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한 장비들을 원전에 배치했고, 이 미사일로 원전 인근의 드니프로와 니코폴을 공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16일) 러시아군의 주요 도시 폭격을 맹비난하고, 항전 의지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잃었던 영토 일부를 되찾았고, 결국 더 많은 점령지를 탈환할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는 견뎌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하이마스·M270' 등 동원 반격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이용해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인근에서 러시아군 탄약고와 지휘통제소 20여 곳을 공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하이마스 8대를 실전에 투입했거나 배치 수속 중이며, 4대를 미국에서 더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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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에는 하이마스와와 유사한 M270도 인수했습니다.

M270은 탱크와 비슷한 차체에 12발의 로켓 발사대를 탑재한 다연장 로켓 발사 무기입니다. 트럭 기반에 6발의 로켓 발사대를 싣고 다니는 하이마스보다 기동성이 떨어지지만, 화력은 더 셉니다.

◼︎ "전쟁 새 단계 진입"

최근 동부 돈바스 일대에서 전과를 올린 러시아군은 이번 주말동안 북부와 남부에 새로운 공세를 진행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6일,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에 "모든 방면에서 총공격을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전방위 총공격' 지시, "전쟁 새 단계 진입"...미국 "2주간 민간인 150명 사망"

이같은 쇼이구 장관의 지시는 "러시아의 침공이 '더욱 공격적인 새 단계'에 진입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풀이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군 고위 관계자는 17일 VOA와의 통화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의)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점령한 러시아군 부대가 휴식을 끝내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고 "이번주 러시아군이 동부에서도 공세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도 안 했다"고 발언하며, 확전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미, 정밀로켓 등 4억달러 무기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푸틴 "전쟁 아직 시작도 안했다" 확전 의지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장기화에 대비한 법안들에 서명해 발효시켰습니다.

◼︎ 해안 접근 차단 모색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모두 장악해,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거쳐, 이웃나라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연결되는 지역을 확보하려 모색하는 중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까지 점령 계획이 진전된 상황에서, 헤르손 외곽과 므콜라이우, 오데사 등지에 미사일 공격을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이같은 러시아의 의도가 실현되면, 우크라이나는 흑해와 아조우해(아조프해) 등 바다로의 접근이 차단돼 사실상 내륙 국가가 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