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6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미국제 첨단 무기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2대를 파괴했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긴급 발표를 통해 "고정밀 공중 발사 미사일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말로타라니우카 마을에 있던 미국산 HIMARS 2대와 탄약고 2곳을 파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6일) 성명에서 "러시아의 선전요원들이 미국산 HIMARS를 파괴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밝히고 "이 메시지는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가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미국이 제공한 하이마스 시스템으로 적의 목표물을 전략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오히려 "점령군(러시아군)은 인력과 장비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돈바스 활약 기대한 무기
HIMARS는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의 영문 약자로서, 미군에서는 보통 '하이마스'라고 부릅니다.
정밀 유도 로켓 여러 발을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기동성도 갖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크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돈바스 지형 특성상, 평지에서 포병 전력 중심으로 전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 향상을 돕기 위해 하이마스 제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일,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하이마스가 스네이크 섬(즈미니 섬) 탈환과 러시아군 무기고·지휘소 파괴에 전과를 올려 역량을 입증했다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하이마스 4대 인수를 완료했다고 최근 발표하고, 추가로 4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이마스 2대를 파괴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는 2대만 남게 됩니다.
◼︎ 러시아군, 도네츠크에 화력 집중
얼마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 주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주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 등지에 집중 포격을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시설 파괴와 인명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6일 "어제 하루에만 민간인 최소 8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히고, 사상자 대부분이 도네츠크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이같은 러시아군의 행태가 "완전한 테러리즘"이라며 규탄했습니다.
키릴렌코 지사는 민간 지역에 포격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히고 "모두 대피하라"고 이날(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촉구했습니다.
키릴렌코 지사에 따르면 이 지역 인구는 전쟁 발발 전에 약 170만명이었으나, 현재 34만명 정도만 남았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도네츠크로 향하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키릴렌코 지사는 현지 언론에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 전쟁의 포괄적인 흐름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체의 운명이 도네츠크 지역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도네츠크 공세에 관해, 민간 지역은 공격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군 지휘소와 포대를 고성능 정밀무기로 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전황과 관련, 미군 정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6일) VO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군이 현재 도네츠크 주의 55% 가량을 장악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 라트비아, 내년 징병제 환원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가 징병제를 부활시킵니다.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5일 "러시아가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며, 병력 자원 운용을 내년에 징병제로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이외 주변국가들을 침공할 수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파브릭스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직업군인과 자원 입대로 운용되는 "라트비아의 현행 군사 체계(모병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습니다.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에 속하는 라트비아는 1940년 소련에 병합됐다가 1991년 독립했습니다.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으며, 3년 뒤인 2007년 징병제를 폐지했습니다.
파브릭스 부총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내년부터 다시 시행될 징집 대상은 18~27세 남성입니다. 여성도 자원 입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징병 규모는 점차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의무 복무 기간은 총 12개월이고 한 달 휴가가 부여됩니다. 월급은 최대 400유로(약 407달러) 수준입니다.
라트비아를 비롯한 발트 3국은 러시아 본토 또는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나토의 동부 최전선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 지역 안보에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해, 발트 3국에 주둔하는 동맹군 병력을 대폭 증강하기로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했습니다.
라트비아의 환원 결정으로 발트 3국 모두 징병제 국가가 됩니다.
이웃나라 리투아니아는 2008년 징병제를 폐지했다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이듬해 부활시켰습니다. 에스토니아는 징병제를 계속 유지해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