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역내 동맹들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공동 이익을 증진하려는 바이든 행정부 아시아 구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안보 문제 등 협력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고 역사 문제는 ‘타협점’을 찾아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18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양측 모두 관계 개선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어 고무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매우 긍정적이며 (관계 개선의) 계기를 구축하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존스턴 전 국장] “The good news is that both sides clearly have the intention to improve ties and I think the meeting of foreign ministers just last night is a very positive sign and an indication of building momentum.”
박진 한국 외교장관이 18일 도쿄를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했습니다. 한국 외교장관의 방일은 4년 7개월 만입니다.
양측은 이날 외교장관회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2015년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경제·관광 등 분야 교류 확대,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존스톤 전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극복하고 많은 공동 이해 영역에서 실용적이고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강력히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존스턴 전 국장] “A close trilateral relationship between Japan, Korea and the United States is one of the highest priorities of the Biden administration. A close trilateral relationship makes all three countries stronger. It strengthens deterrence against North Korea, when the three countries are close and working together. It helps with managing relations with China and pushing back on things like economic coercion when the three countries are able to speak with one voice”
“긴밀한 미한일 3국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 중 하나”로 3국 모두에 이익이라는 겁니다.
존스톤 전 국장은 특히 3국이 긴밀하게 협력할 때 대북 억지력이 강화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세 나라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경제적 강압 행위 등 중국 문제 관리에도 도움이 되며, 반도체 등 안보 공급망과 국제보건 문제 등 많은 공동 현안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한일 3국 협력을 강조한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들어선 이후 워싱턴에선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두 나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함께 3국 정상 회동과 외교장관 회동 등을 이어갔습니다.
국무부에서 한국과 일본 문제 등을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은 역내에서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협력할 수 있는 많은 친구와 동맹의 확보를 의미하는 '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역내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이 두 나라가 공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미국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전 부차관보] “The United States is trying to strengthen a system of what they call networked alliances, and this means that US has many friends and allies in the region who work together with a sense of common purpose. And Korea and Japan are the two most important allies of the United States in the region. So from our perspective it's very important to see Korea and Japan working together to promote shared interests.”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정보교환, 군사협력과 조율, 경제 분야 등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과 강화는 역내에서 더욱 성공적인 미국의 리더십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And the better the relations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in terms of intelligence sharing, military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and just general economic ties. The stronger that alliance will be, the stronger I think, and more successful US leadership in Asia will be.”
특히 점증하는 북한 위협, 중국이 각국과 역내에 제기하는 위협 등 역내의 모든 위협과 도전 요소와 관련해 두 나라가 군사적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고 전략적 공조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양국 관계 개선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문제가 양측 모두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타협’이 필요한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존스턴 전 국장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인 데다 최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존스턴 전 국장] “For Korea, of course, President Yoon does not control the National Assembly and his public opinion ratings have declined a bit. For Prime Minister Kishida. Among many voices in the LDP, there are there are strong voices who think that it's Korea that should have to move first to resolve these issues. So the politics is difficult for both countries.”
그런가 하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부의 경우 여당인 자민당(LDP)에서 ‘한일 간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역사 문제는 “어느 한쪽이 원하는 대로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양측이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며 여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가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실질적 협력과 진전을 이룰 분야, 즉 즉시 협력 가능한 일부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최상의 접근일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안보 분야 협력이 좋은 사례로, 최근 일부 훈련 재개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해상 감시'와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안보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미국은 3국이 함께 모일 기회를 제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제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도 “한일 관계에서는 두 나라 국민들 모두 요구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양국 지도자들이 국내 청중들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가 (한일관계가) 얼마나 진전할 수 있는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줌왈트 전 부차관보는 일본의 최근 정치 환경이 한일관계 개선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전 부차관보] “I think there's a political opportunity on Japan side as well, because they just had an upper house election. As you know, the government has a very comfortable majority in both houses of the diet. And there doesn't have to be another election for several years. So in terms of electoral politics, it's a good moment for the Japanese government to be creative and working towards better relations with South Korea”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최근 참의원 선거의 승리로 양원 모두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향후 몇 년간 선거가 없는 만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는 진단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두 나라 지도자들이 슬기롭게 인내심을 갖고 현재 직면한 공동 위협을 민감하게 여긴다면 한일관계 개선의 길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새 정부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해 역내 다른 위협과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이 3자 협력과 조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new leadership in Seoul and Tokyo know that the key to dealing with North Korea, China, and other refgional threats and challenges is trilateral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Leaders in Seoul and Tokyo understand that there are many political and historical barriers to improved relations between them. They also know that shared concern about North Korea, China, and Russia can be the glue that binds them together. They also know that it may not be possible to resolve issues of history now. But they are also aware that previous leaders in Seoul and Tokyo often found a way to manage bilateral differences and separate them from current bilateral problem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한 “한국과 일본 지도자들은 양국 관계개선에 많은 정치적, 역사적 난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아울러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공통된 우려가 서로를 묶는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역사 문제를 현재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과거 지도자들이 종종 양국 간 이견을 관리하면서 현안과 이런 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방안을 발견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