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소형 전술핵무기 ‘실전용’…‘거부 억지력’ 강화해야”

지난 2016년 3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한국 등을 겨냥한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무기 개발이 억지 차원이 아닌 실전 사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도 이에 대응해 전략자산 배치 등 ‘거부 억지력’ 강화로 북한의 전술핵 사용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1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이 공격을 위한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A country with 50 nuclear weapons, that's a lot more than North Korea needs for deterrence purposes. If they really are up around 50 or more weapons now, they're developing them for offensive purposes. That means North Korea needs 10 Maybe 20 nuclear weapons for defensive purposes...He's probably developed a more miniaturized weapon than what he was testing in 2016. And if that's the case, he can put those weapons on wider range, ballistic missiles, or drones.”

억지력 차원이라면 10~20기 정도의 핵무기면 충분하지만 북한은 현재 5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소형화된 핵무기 생산에 집중했을 것이라며, 이런 핵무기들은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 다양한 운반수단에 탑재 가능해 김 위원장의 핵무기 사용 옵션을 더욱 ‘유연하게’ 만든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초기에 이런 소형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So if he's ever really going to attack South Korea, I don't think this is a matter of escalating gradually, as his conventional attack fails to using nuclear weapons. That would be silly. No good strategist would ever do that. Instead, he's going to start to say, look, if I'm going to attack South Korea, my best bet at using nuclear weapons is at the beginning of the campaign...The US has said in its 2018 nuclear posture review, that if North Korea uses any nuclear weapons, that regime will not survive.”

북한이 미한 연합전력에 절대적으로 열세인 재래식 무기를 먼저 사용한 뒤 실패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전술’이며 김 위원장도 이를 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공격용이라면 “한국 등 이웃국가에 대한 공격이나 협박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2018년 미국 정부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 체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어떤 위력의 핵무기 사용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더욱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미사일 방어망 등 '거부 억지(Deterrence by Denial)'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거부 억지란 적대국이 행동을 취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음을 인식시켜 행동을 억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도발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적대국의 셈법에 영향을 미쳐서 도발을 억지하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거부 억지의 수단으로는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인 한국의 '킬체인' 등 미사일 방어방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동향이 지속적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전술핵무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한 뒤 이 무기가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화하는 데 큰 의의를 갖다”며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4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5월 23~24일 미국 전략사령부 본부에서 열린 ‘북한 핵 위협’ 관련 비공개 회의에서도 북한의 소형 전술핵 무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국방정보국(DIA) 주최로 정보 당국자와 군 당국자, 안보전문가들이 참석한 당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전술핵 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충돌 초기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소형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낸 참석자들도 있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습니다.

또 미국 정책이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한 만큼 핵무기 사용을 방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한다는 의견도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21 VOA에 “북한은 분명히 전술핵 무기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더욱 유용한 무력 공격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이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제한적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전면전으로 확대하지 않으면서 신뢰성 있게 대응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 “North Korea is certainly going to pursue the development of tactical nuclear weapons. The primary concern is that tactical nuclear weapons may be seen as more useable by North Korea and may make it more difficult for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to credibly respond to limited use without escalating to full-scale war. My opinion is that the U.S. and South Korea are insufficiently prepared to deal with the full range of implications of such a deployment. Much more effort needs to go into deterring the use of these weapons and responding if they are used. My opinion is that dealing with tactical nuclear weapons will require a substantial emphasis on what’s known as deterrence-by-denial: communicating to North Korea that the use of tactical nuclear weapons would not help it accomplish its military objectives or significantly affect the ability of the U.S. and South Korea to respond militarily.”

판다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이런 무기 배치에 따른 모든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무기 사용을 억제하고 사용됐을 경우 대응책에 대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전술 핵무기 대응에는 ‘거부 억지’에 대한 상당한 강조가 필요하다”면서 “전술 핵무기 사용이 자신들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대응 역량에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핵개발과 위협이 지속됨에 따라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에 “억지력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며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5월 전략사령부 비공개 회의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요구와 이것이 억지력에 미치는 여파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Well of course the priority has to be deterrence. You must have deterrence until denuclearization can be achieved. It is interesting there was no discussion of South Korea obtaining their own nuclear weapons and how that would impact deterrence (unless I missed it). I was told by a former ROK government official this week that the ROK is coming to the realization that it needs its own deterrence,, there is fear the US is influenced by the argument that it will not trade LA for Seoul, and that article 10 of the NPT justifies ROK withdrawal because the NPT has failed to protect the ROK from the nuclear threat and therefore it must action to protect and defend itself.”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자체적인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말을 전직 한국 관리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LA와 서울을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미국이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으며, 핵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탈퇴할 수 있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를 근거로 한국이 자국 보호와 방어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NPT 10조 1항에는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NPT 10조 1항] “Each Party shall in exercising its national sovereignty have the right to withdraw from the Treaty if it decides that extraordinary events, related to the subject matter of this Treaty, have jeopardized the supreme interests of its country.”

한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한 핵무력 고도화에 따라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정부 정책과 다르다”며 선을 그어왔습니다.

지난해 9월 미 국무부의 마크 램버트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온라인 토론회에서 당시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부 후보가 '한국 전술핵 재배치'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그 제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박진 외교장관은 지난 5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미국과) 전술핵 배치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