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윤석열 정부에 ‘사드 3불’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새 한국 정부가 그럴 의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한다면 미국과 민주 진영 국가들이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사드 3불’ 정책이 처음 등장한 2017년과 지금은 한중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DC 씽크탱크 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국장은 “2022년은 2017년과 다르다”며 중국 측 발언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2022 is not 2017. China is overplaying their hands. China is miscalculating. They don’t understand that the public sentiment has really changed when it comes to China.”
중국은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감정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힘만 과신하며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드 3불’이란 지난 2017년 한국 문재인 정부가 밝힌 방침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한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으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계에도 동참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박진 외교장관이 최근 “3불 정책은 중국과의 외교 합의가 아니”라고 말하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대외정책은 연속성이 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이 보기: 중국 '사드 3불' 공개 요구에 한국 "안보 주권" 반박...갈등 재연 조짐중국은 한국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2016년 대대적인 한류 금지령과 비공식적 불매운동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시도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또 다시 경제 보복을 가할 경우 한국이 미국과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이 제공하는 ‘지원의 생명줄’을 가질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going to be really important for ROK and US to work out a mechanism that enables South Korea to have lifelines of supports from the US and other like-minded countries.”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지난 5년 간 세계는 중국과 러시아 등 독재 패권 국가들이 무력 또는 경제력을 이용해 이웃을 괴롭히는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기 때문에 이제 민주 진영 국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Right now the predominant movement among liberal democracies is cooperation and mutual support in the face of rising tide of authoritarianism.”
밀려오는 권위주의의 물결에 맞서 자유민주 국가들 간의 상호 지원과 협력이 뚜렷한 대세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과 협력국들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US has an obligation, I think, to do what it can to support its allies and partners to prevent them from succumbing to Chinese pressure.”
테리 국장도 미국의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며, 만약 중국이 5년 전처럼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려 든다면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t’s also different US. We didn’t really do much when China retaliated against South Korea in 2017, but now everybody understands that we need to be better about dealing with China’s economic coercion. It’s only going to drive SK-US relations together and even the trialateral cooperation.”
2017년 당시 중국이 한국에 보복할 때 미국이 한국을 별로 도와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더 잘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리 국장은 만약 중국이 보복한다면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What they can say is we’re going to review this policy and buy some time. If China retaliates, then the US will work with SK to see what we can do in terms of China’s economic coercion.”
중국이 한국 전임 정권의 한시적 정책을 현 정권에게 그대로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 “There is a question whether in any sense it is binding on the next government. In the US, it wouldn’t be.”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는 ‘3불’ 정책이 과연 차기 정부에서도 효력을 가지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미국이었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중국 정부는 전임 한국 정부가 합의한 과거 문건으로 돌아가 이것을 마치 한중 관계의 초석으로 간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국장] “The government of PRC has gone back to a prior document that was signed on to by previous administration. They are trying to treat it as a cornerstone for the relationship, but the problem is it’s clear that the document does not have a bipartisan support within South Korea.”
스나이더 국장은 그러나 문제는 이 문서가 한국에서 명백히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예전처럼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한다면 외교적 미숙함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중국은 국제적 규범을 지키는 것에 대해 무책임하거나 의지가 없다’는 식의 많은 선입견들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f China were to resort to retaliation, it would reflect diplomatic immaturity. It would affirm a lot of preconceptions about Chinese relative irresponsibility or unwillingness to adhere to international norms.”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도 더 이상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며, 따라서 중국 정부도 결국에는 외교적인 해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달 중국에서 열리는 박진 한국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