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핵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 핵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서울 용산 한국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습니다.
[녹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I would like to reaffirm our clear commitment to the full,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North Korea.”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특히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에 대해 완전한 지지를 표명한다”며 “이러한 목표는 근본적으로 지역 안보와 평화, 안정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CVID는 북한 비핵화 표현 가운데 가장 강한 내용을 담고 있어 북한의 반발로 잘 사용하지 않던 개념입니다.
미한은 지난 5월 정상회담 뒤 발표한 ‘미한 정상 공동성명’에서 CVI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대신 쓰기도 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CVID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핵확산금지조약 즉 NPT 체제가 흔들릴 우려가 커진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NPT 준수를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에 NPT 체제 강화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핵무기 사용 위협과 북한의 한국에 대한 선제공격 위협, 이란 핵 문제 등으로 NPT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유엔과 서방세계에서 커지고 있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고도화 과정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게 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NPT 체제가 더 흔들릴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유엔 이쪽에서도 지금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유엔 사무총장도 CVID라는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이렇게 평가됩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은 항상 한국 국민 그리고 한국 정부와 연대하고 함께할 것”이라며 "한국은 유엔 활동에 있어서 모범국가이고 항상 유엔의 활동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평화 구축 활동과 관련해서 한국은 분명히 지도적 위치에 있다”며 “특히 인권에 대한 한국의 변함 없는 지지, 또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서의 한국의 입지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경제적 발전에 대한 한국의 기여와 기후변화를 비롯한 여러 국제사회의 도전에 대해서도 한국의 기여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 내 홍수로 인한 희생자들의 유족에게도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전화통화에 이어 직접 만나 오찬을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국제사회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무총장님의 모습을 보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과도 회담을 가졌습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유엔과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장관은 또 “윤 대통령께서 다음주 월요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계획’을 통해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발표할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라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대립과 도발 대신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담대한 계획’이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이에 상응해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대북 경제협력과 안전보장 방안을 담은 대북정책 로드맵을 말합니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실효적 북 핵 대응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유엔의 지속적인 지지를 당부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화를 시작하는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환영한다”며 유엔도 전폭적인 지지를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비확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국의 강한 신념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기후변화와 국제기구 내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평가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일본, 몽골에 이어 1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이후 4년 만의 방한이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