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고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면서 감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앞으로 주요 계기에 구체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고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통해 ‘담대한 구상’의 후속 조치 추진 방향을 이같이 보고했습니다.
권 장관은 ‘담대한 구상’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 정치, 군사적 상응 조치를 포함한 과감하고 포괄적인 구상”이라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 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할 것이란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천’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인센티브만 제공하는 데 비해서 지금 ‘담대한 구상’은 경제적인 것 외에 군사, 정치적 부문, 압축해서 말하면 소위 북한의 체제안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룬다, 이런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한 공조를 바탕으로 비핵화 협상을 재가동하고 담대한 구상 이행과 관련해 미국 등 주요국과 긴밀한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는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협상에 임한다면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을 가동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가동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으로 이뤄진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합니다.
권영세 장관도 “북한이 테이블에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외교장관이 미국을 비롯해 이미 국제사회 주요국과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한국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권 장관은 ‘담대한 구상에 따른 협상 초기단계에도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담대한 구상을 만들어가면서 특별히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고 답했습니다.
권 장관은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획기적인 자극 내지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미중 수교 당시처럼 ‘선 수교, 후 문제 해결’의 ‘키신저 방식’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의원 질의에 대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담대한 구상 속 마지막 단계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협상 앞부분에 미북 관계 정상화를 두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공개 제안한 지 이틀 만인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무력도발을 재개한 데 대해선 “우리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답변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며 “기존 무기체계를 발전시키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서해상 순항미사일 2발 발사..."미한 연합훈련 반발, 윤석열 대통령 '담대한 구상' 거부 메시지"북한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제안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북한에 거기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하면 한국 정부에 대한 어떤 형식이든 상응하는 대답이 되는 거잖아요. 남한의 제안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는 게 자신들에게 오히려 주도권을 행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권 장관은 두 세달 전에 준비를 마치고 아직 단추를 누르지 않고 있다며 “여러 각도에서 북한이 지금 현재처럼 준비는 다 된 상태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중국의 억지력 행사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인 고려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습니다.
박진 장관도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지 지금 저울질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북한이 이런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그런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미간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를 가동하는 것입니다. 9월 중으로 그런 전략 협의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억제와 단념, 대화의 총체적 균형적 접근법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을 추진하겠다”면서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중대 도발 시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과의 공조 아래 신규 안보리 제재 결의와 독자 제재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17일 두 달여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북한이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미한 연합연습인 을지프리덤실드 등을 계기로 도발 수위를 높여 전략도발로까지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은 도발의 성격을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고 에스컬레이션 시키면서 점점 긴장도를 올려가는 그런 방식을 옛날부터 쭉 해왔거든요.”
한편 권영세 장관은 이사 추천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출범 문제와 관련해 “여당에서만 5명을 추천한 것으로 들었고 야당에서는 아직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았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권 장관은 “통일부에 이사 2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인선을 거의 마쳐 가는 중”이라며 “국회 추천이 이뤄지면 조속히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