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톡] "한국, '담대한 구상' 제재 한계 이해...단계적 해법 위해 북 대화 의향 보여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한국 대통령실 제공)

한반도 문제를 담당했던 전직 미 당국자들은 20일 VOA 한국어 방송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서 ‘담대한 구상’을 내놓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제재 등 제한 요소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과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북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일부 계획 실행을 위해선 유엔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전임 정부와는 달리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조건으로 삼은 만큼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핵 문제의 단계적 해법을 위해 북한이 먼저 대화 의향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근 39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 대사대리와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담대한 구상’은 이전 정부의 대북 구상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 이번 ‘담대한 구상’ 정책 발표와 과거 정책,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관여했던 여러 인사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일하고 있죠. 그래서 의심할 여지 없이 (대북) 접근법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부터 모든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를 진전시킬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아니면 제재 같은 강압책을 구사할지 말이죠. 하지만 누구도 아직 완벽한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새 구상에 특별한 면이 있나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랩슨 전 대사대리님이 지적한 것처럼 새 구상이 그렇게 독특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 깊이 파고들면 다소 특별한 요소가 있을 순 있겠죠. 하지만 지난 몇 년 아니 수십 년간 미국과 한국 정부가 긴 혜택 목록을 제시하고 이중 많은 것을 제공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집요하게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미사일을 계속 추구했죠. 북한은 지난 수년간 어떤 경제적 보상도 자신들의 안보 우려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을 협상에 복귀시킬 방안 등으로 이런 것들을 계속 제공하려 하고 있죠.

진행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한국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제안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랩슨 전 대사대리) 담대한 구상은 일정 부분 지난 대통령 선거 운동 중에 발표됐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거나 유권자들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의도로 나온 측면도 있죠. 그렇지만 더 진전시키지 않을 의도로 이런 광범위한 프로그램이나 제안을 내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 구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것에 대비해 차선책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긍정적인 반응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죠. 이제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이냐는 겁니다. 담대한 구상을 재구성, 재조정하거나 혹은 세부 사항을 손질하면서 계속 진행할 수 있겠죠.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강경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강경’이라는 말은 비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유엔 결의와 국제법 집행을 선호하고 자국민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을 억제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조치의 이행을 신뢰하면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위협하고 또 한국 지도자들을 모욕하는 정권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저는 이것을 강경하다고 여기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 강경은 실용적인 것입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기에 외교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의향이 있었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윤 대통령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광범위한 혜택의 조건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매우 일치합니다.

진행자) ‘담대한 구상’은 한국의 식량을 북한의 광물, 모래와 같은 자원과 맞바꾸는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재 완화 문제를 논하고 있는 건가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그래야만 할 겁니다. 북한에 식량이나 의약품 혹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건 금지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어떤 합영 사업이나 심지어 물물교환도 유엔 결의에 위배될 것입니다. 활용 가능한 제재의 허점을 찾았다고 생각한 문재인 정부에 미국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어떤 종류의 거래나 물물교환도 결의에 대한 위반입니다. 따라서 (윤 정부의 계획은) 유엔 차원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진행자)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나요?

랩슨 전 대사대리) 클링너 선임연구원님이 지적한 것처럼 한국 정부에 있어 제재 체제는 매우 포괄적이고 상세합니다. 문재인 정부든 혹은 지금의 윤 정부든 제재에 따른 한계와 제한 요소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재 체제는 문재인 정부가 제안했던 일부 프로그램의 진행과 진전을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북한에 대한) 프로그램과 제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를 열심히 또 신속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계획이 발전하게 되면 미국 정부와의 매우 긴밀한 조율이 요구되고 또 우리는 그런 협력을 보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진행자) 국무부는 북한이 근본적인 접근법에 변화를 줄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요?

랩슨 전 대사대리) 물론입니다. 여전히 같은 입장이고 계속 그래왔습니다. 새 정부는 물론 전임 문재인 정부의 많은 사안을 돌이켜 보더라도 양국은 매우 긴밀히 협의하고 조율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은 약간 다른 시각이나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관해 대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때로는 비밀리에 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특징은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조율을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 이 노선에 있을 겁니다. 확고한 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어떤 불일치한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외교에 관여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는 중이죠.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지난 18개월 간 진행한 미국 외교의 초점이었습니다.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우리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확고한 의지만 보여준다면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졌는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우리 다수는 북한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또 다른 국제적 합의를 시도하지 말자는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실패한 합의만 여덟 개입니다. 그렇다고 아홉 번째 합의를 시도해선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몇 개의 단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단순히 한 자리에 미국이나 한국 외교관들과 마주 앉겠다는 의향을 보이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겁니다. 그리곤 협상에 관여하기로 동의하는 것이죠. 그런 다음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조치들에 대해 북한이 어떤 조치를 밟을지 논의하는 지점으로 가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이런 진전을 이루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어느 시점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혜택을 다 받은 후 다시 핵 프로그램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때 국제사회가 기존 조치로 되돌아가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가장 중요한 건 신중하게 잘 만들어진 합의문입니다. 북한과의 과거 합의에서 볼 수 없던 것이죠. 과거 합의는 내용이 매우 짧고 허점이 많았습니다. 대신 미국이 과거 옛 소련과 체결한 군축 조약은 매우 광범위하고 아주 상세히 만들어졌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시 협상대표단의 일원으로 유럽에서 열린 군축 협상에 참여했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당사국들이 지켜야 하는 매우 상세한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매우 좋은 검증 수단도 갖게 됐죠. 북한과의 합의에서도 이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혜택은 점진적인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특정한 이행을 중단하면 동시에 혜택도 중단되는 것입니다. 또 혜택을 갱신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다시 제재 부과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대신 (혜택이) 지속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단순히 ‘스냅백’ 즉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죠.

진행자) 미국과 한국은 ‘을지 자유의 방패 (UFS)’ 훈련을 재개합니다. 북한이 이번 연합훈련을 자신들의 도발의 구실로 삼을 수 있을까요? 최근 순항 미사일을 쏜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랩슨 전 대사대리) 그런 결정의 배경을 정확히 알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관행으로 본다면 놀랍지 않습니다. 2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6~7개월 동안 나타난 도발 양상과 맞아떨어집니다. 물론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발표와도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할 구실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수년 만에 최대 규모로 실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해왔던 것처럼 이런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할 겁니다.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겠죠. 많은 예측과 관측이 나왔던 핵실험도 그런 가능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비해 ‘적절한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랩슨 전 대사대리) 이 발언은 지난 5~6월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의해 나왔습니다. 한반도 상황 관리 측면에서 미국이 보유하고, 앞으로도 계속 배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유연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단기간의 전술 훈련과 그것을 강화하는 것이든 혹은 상황이 발생하고,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군대를 움직여 역내에 장기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이든 그런 유연성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국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해 올려놓고 있으며, 여건에 따라 지역적이고 전술적이며 또 단기적일 수도 있고 장기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 대사대리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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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한국 ‘담대한 구상’...미한 연합훈련 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