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북한 암호화폐 몰수소송 최종 판결 요구…“궐석 판결 요건 갖춰”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미국 검찰이 북한의 사이버 범죄 자금에 대한 공식 몰수 판결을 요청하는 문건을 제출했습니다. 수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의 불법 범죄 자금이 미국 국고로 귀속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 검찰이 북한 해커의 불법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계좌(지갑)에 대한 공식 몰수 판결을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건과 미리 작성한 판결문 초안을 통해 약 400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계좌가 미국 국고로 귀속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0년 3월 북한 해커들의 불법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계좌 146개(최초 113개)에 대해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했으며, 같은 해 8월 별도 소송을 통해 추가로 암호화폐 계좌 280개에 대한 몰수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자금세탁 범죄 성립 요건’과 ‘몰수 근거’ 등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한 차례 기각하면서 검찰은 새로운 소장과 관련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했고, 결국 최초 소송 제기 이후 2년이 지나 또다시 궐석판결을 요구하는 문건을 제출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검찰은 이번 문건에서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2개의 계좌는 몰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법원의 몰수 결정이 ‘궐석 판결’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사안이 궐석 판결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궐석 판결은 피고인이 소송에 응답하지 않아 사실상 재판 과정 없이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원고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는 법적 절차를 의미하는데, 현재까지 피고인이 공식 대응에 나서지 않은 만큼 이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최초 소송 제기 이후 최소 두 차례에 걸쳐 문제의 계좌에 대한 공식 공고를 냈지만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몰수 소송이 제기되면 재판부는 해당 자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청구인 존재 여부를 약 30일 동안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을 포함해 약 60일간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자산에 대해 별다른 이의 없이 최종 몰수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검찰이 몰수를 추진 중인 계좌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사이 북한이 한국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탈취한 암호화폐가 예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검찰은 앞서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에서 각 암호화폐 거래소의 피해 금액을 명시해 대략적인 금액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2018년 말 1만 777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 21만 8천 이더(ETH), 9천999만 도지코인(DOGE) 등 약 2억 3천 433만 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북한 해커들에게 절취당했으며, 한국의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는 2019년 11월 4천850만 달러어치의 도난 피해를 봤습니다.

검찰은 이날 제출한 문건에서 북한이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이라는 점과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을 충당해 온 사실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이번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문제의 계좌 약 400개에 예치된 암호화폐는 미국 국고로 귀속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탈취한 금액이 온전히 몰수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VOA가 검찰이 몰수를 추진 중인 계좌의 잔액을 조회해 본 결과 이더리움의 이더(ETH)를 취급하는 계좌 일부에 자금이 남아있을 뿐 상당수 비트코인(BTC) 계좌는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북한 해커 등 특정인이 이를 다른 계좌로 옮긴 것인지, 혹은 미 검찰이 미국 정부 소유 암호화폐 지갑으로 이체한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