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다음주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을 순방합니다. 북한이 법령 제정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고착화시키려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을 거듭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성한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5박7일 간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순방길에 오른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총회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에 나섭니다.
이후 캐나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습니다.
김 실장은 “이번 순방의 목적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외교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에 대해 “한영관계의 역사적 중요성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업적, 한국에 대한 고인의 애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김 실장은 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냉전시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자유주의 국가 간 연대를 몸소 실천한 분”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번 장례식을 계기로 런던에 총집결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핵심 지도자들과 자연스럽게 만남으로써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실장은 유엔총회 참석 일정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20일 고위급 기조연설 첫 날 연설할 예정”이라며 “주요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 유엔 사무총장 면담, 동포사회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는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전환점, 분수령에 놓여있다고 보고 복합적인 도전에 대한 변혁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성한 실장] “윤 대통령의 연설은 국제 현안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 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 정부의 새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의 취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국제사회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핵 무력정책 법제화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고착화하려는 전략을 노골화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와 ‘담대한 구상’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천명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이번에 북한의 새로운 법제화를 통해서 봤을 때 한국이 사실은 북한 핵 위협에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에요.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그 다음에 ‘담대한 구상’ 실현을 위한 노력, 국제사회 협력 이 세가지 축에서 연설이 있을 것으로 보여지네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중대한 전환기적 시점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핵화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담대한 구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완전한 북한 비핵화가 다시 한 번 원칙 차원에서 목표다라는 것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선 국제사회 협력, 그런데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면에선 자유민주 국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최대한 협력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죠.”
전세계 주요 정상들이 집결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나 유엔총회라는 다자외교 무대를 통해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인권, 사이버 안전 문제 등 국제적 현안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면서 북 핵 문제의 새로운 국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 또한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핵무기 법제화가 두 가지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게 NPT 체제에 대한 위해라는 것을 얘기해야 하고, 두 번째가 북한의 법제화에 있는 것들이 지금까지 핵무기는 굉장히 자제해서 사용하는 무기라는 전제를 북한이 지금 깨고 있다, 그 얘기를 강조해야 한다고요.”
이와 함께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미한, 미일 정상회담 개최도 물밑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회담을 갖게 될 경우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 활동 강화와 북 핵 공동 대응 등이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자 정상회담이 될지, 아니면 약식회동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하고 미한일 3국 정상회담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지만 별도의 한일 양자회담은 하지 못했습니다.당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일본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때문이었습니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봉영식 전문연구위원은 한일 정상 간 직접 소통이 미한일 공조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 때문에 양국 관계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봉영식 박사] “일본이 거부했던 한일 정상회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 정상 차원에서 양국이 노력을 계속 경주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니까요. 하지만 한일 간 놓여있는 첨예한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캐나다 방문 때 갖게 될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조 심화 방안이 논의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