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군축 대화를 끌어내려는 시도로 분석했습니다. 16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아시아 전체에 대한 공약인 만큼,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잘 작동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한국 핵무장론에 대해선, 한국 경제와 동맹 관계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새로운 법령은 김정은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했습니다. 동시에 새 법령은 북한 군이 필요에 따라 핵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 두 조항이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닌가요?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그 자체로 모순은 없습니다. 북한 핵에 관한 모든 결정을 지도부가 내린다는 점은 꽤 분명해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적’이라는 개념입니다. 지도부가 핵 버튼을 누르는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대신 그런 결정이 자동으로 내려지거나 지휘 계통의 하위 수준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부분적으로는 북한이 일종의 핵 보복을 반드시 할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선제공격이나 참수 공격을 당한다면 말이죠. 이번 메시지의 큰 부분은 ‘자동 보복’ 개념입니다. 다른 부분은 북한의 선제공격 조건에 대한 것이고요. 여태껏 북한으로부터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죠. 그들은 ‘실존적 억지력’으로서의 방어 목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선제공격 목적으로 사용하게 될 어떤 조건도 기술한 적이 없죠. 그런데 이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진행자) 새 법은 북한 지도부가 공격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혹은 김정은 유고 시에 그렇게 하도록 했는데요. 김정은이 자신을 죽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나요?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석좌님의 말처럼 북한의 기존 핵 독트린은 핵 공격을 저지하고 북한에 대한 공격을 격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걸 넘어섰습니다. 새 법은 핵무기를 사용할 네 가지 조건을 내세웁니다. 지도부뿐 아니라 전략적 대상에 대한 공격과 재래식 전쟁을 제한하는 시도, 국가 안보와 인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파국적 위기 등입니다. 따라서 이 모든 걸 종합해 보면 북한은 그들이 선택할 어떤 이유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선제공격도 언급합니다. 위협을 느끼면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정을 심하게 야기하는 독트린입니다.
진행자) 김정은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그렇다면 도대체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진전시키죠? 상대방이 핵무기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상황에서 말이죠.
차 석좌) 그런 발언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런 말을 듣는 건 암울하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사실 북한의 의도를 생각하면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들의 의도가 적어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핵무기 보유국으로 말입니다. 따라서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건 그런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겠죠.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그런 성명을 냄으로써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북한은 되돌아올 수 없고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수 없다’고요. 저는 북한이 실제론 협상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핵화 협상에 관심이 없을 뿐이죠. 그들은 군축 협상에 관심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가 4년 8개월 만에 재개됐습니다. 지난 4년여간 북한은 무기 프로그램에 많은 진전을 이뤘습니다. 상황이 많이 변한 건데요. 미국과 한국이 억제력 제공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을까요? 단순히 중요성을 강조하는 걸 넘어서 말이죠.
토콜라 부소장) 지난 만남 이후 너무 오랜만에 열렸습니다. 북한이 무기 개발 독트린에 올린 모든 리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장억제 협의체가 다시 만나는 건 타당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충분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아마 추가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확장억제협의체를 뛰어넘는 핵계획그룹(NPG)이 조직될 수도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NPG를 운영합니다. 수십 년 동안 말이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국, 미국, 일본이 참여하는 NPG가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진행자) 확장억제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해 의지할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본다면 미국이 자국 도시 하나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보호하려 할까요?
차 석좌) 한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 등에서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제 간단한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북한이 미국 도시를 위험하게 만들더라도 미국은 한국을 방어할 것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인의 생명과 이해관계가 직결되지 않는 한반도 분쟁을 상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2만 7천500명의 미군 병력이 그곳에 있습니다. 수만 명의 미국 민간인이 한국에 살고 있고요. 한반도는 분쟁 발발시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할 정도로 작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방부 처리된 것처럼 가만히 있으면서 북한의 어떤 행동에도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제가 보기엔 사실이 아닙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한국에 대한 것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공약입니다.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지 않는 건 근본적으로 미국이 아시아 모든 나라들에 더 이상 헌신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진행자) 최근 70% 이상의 한국인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워싱턴 톡’의 일부 한국 시청자들도 비슷한 제안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생각과 목소리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토콜라 부소장) 민주 국가는 대중의 정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론조사는 제대로 된 토론을 거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한국인들 사이에 그런 논쟁이 있고, 그런 논쟁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입니다. 한국에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미한 동맹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문제가 더 중요해질수록 한국의 핵 보유가 불러올 모든 결과에 대해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토론을 해야 합니다.
진행자) 일각에선 한국의 핵무기 개발 논의 자체가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차 석좌)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중국과 관련해 믿고 싶어 하는 게 있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관여하면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요.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요. 그것이 6자회담의 전제였고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이 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왕이 외교부장과 같은 고위 관리 발언을 보면 중국이 이 문제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중국은 이 문제를 대체로 거래적인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미국을 돕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미중 관계가 매우 나쁘기 때문이죠. 그건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닙니다. 이건 단순히 이런 개념입니다. ‘당신이 우리를 돕지 않고,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고, 새로운 경쟁의 전략 틀 속에 있는 만큼 우리는 북한 문제를 돕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핵 보유 논쟁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 일본 정상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향합니다.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국제 문제를 해결하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과거 한반도 안보와 북한 문제에 주로 집중한 한국의 역할이 변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토콜라 부소장) 한국의 역할은 바뀌고 있습니다. 세계가 변하고 있으니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후변화, 기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세상을 수년 전과 매우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우선 안보와 경제 문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 네트워크 보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공급망 회복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건 전통적인 경제 문제도, 안보 문제도 아닙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태평양과 대서양이 하나의 작전지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2022년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건 매우 의도적이었습니다. 나토의 ‘2022 전략 개념’은 처음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담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각각의 지대로 여겨선 안 됩니다. 21세기엔 단일 작전지대죠. 그런 세계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차 석좌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차 석좌) 토콜라 부소장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의 대외 환경이 물론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새 한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시각과도 연관 짓고 싶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외교 정책에 대한 경험도 없었죠. 제가 놀란 건 대선 당시 외교 정책 관련 토론 내용이었습니다.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밝힌 외교 정책은 ‘내가 일본과 무엇을 할 것이다’ 혹은 ‘중국과 이렇게 하겠다’, ‘나토와는 이렇게 할 것이다’, ‘이것이 공급망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일이다’ 이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내 외교정책의 나침반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 그리고 개방된 정치 질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를 지켜보는 외부인이지만 누군가 외교 정책을 배우고 있다면 저것이야말로 외교정책을 배우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믿는 것을 파악한 뒤 외교정책이 거기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죠. 이건 복합적입니다. 외부 환경이 한국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외교정책에 있어 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인권, 개방된 경제와 정치 질서 등에 대한 옹호를 믿는다’고 말하는 지도자가 온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북한을 넘어 더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해야 할 일입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까요?
차 석좌) 물론 양측이 해결책을 도출하길 바랍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국내 정책을 다루는 법입니다.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외교적 함의가 얼마나 신중하게 고려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의회에는 국내 정책 부문과 외교 부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이 두 부문은 서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안이 그런 경우인데요. 한국이 문제와 우려를 제기하면서 부각된 것이죠. 양쪽이 대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찾길 바랍니다.
진행자) 토콜라 부소장님 말씀해 주시죠.
토콜라 부소장) 신속한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습니다. 차 석좌님이 말한 것처럼 국내 정치를 고려할 때 말입니다. 11월 중간 선거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인내심이 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좋은 징후 3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죠. 둘째는 이 법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법으로 혜택을 볼 한국 회사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섞여 있죠.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은 이 법으로 2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또 가장 좋은 소식은 이 법이 원안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대로 시행될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어느 시점에 수정돼야 한다는 뜻이죠. 제 마지막 논점은 이 법이 좋은 취지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이 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우리가 모두 원하는 것이죠. 이 법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과거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말이죠.
지금까지 빅터 차 석좌와 마크 토콜라 부소장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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