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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북 협상 결렬 이후 핵 개발 더 집착…중러 밀착 통해 핵보유국 인정 모색”


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국 지위'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국 지위'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미북 협상이 실패로 끝나고 남북 관계도 다시 경색되면서 북한이 핵 개발에 더욱 집착하게 됐다고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와이에 본부를 둔 민간연구단체 태평양포럼은 15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북한이 핵 선제 사용 정책을 법제화하는 등 사실상 핵 무력 완성을 공고히 할 뜻을 밝힌 것은 비핵화의 마지막 희미한 희망마저 꺾는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태평양포럼 보고서] “In September the DPRK unveiled, indeed codified as law, an alarming new nuclear doctrine, whose thrust is to expand the contexts in which Pyongyang reserves the right to use its weapons. This surely kill any last faint hopes of denuclearization.”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 개발과 보유 목표를 절대로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선택을 했음을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미북 협상이 실패로 끝나고 남북 관계도 다시 경색되면서 북한 정권은 핵 개발 외에는 의지할 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준비 정황을 보이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대화 재개 노력에 더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미한동맹 강화 기조와 미한일 3국 공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타이완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서 미국을 비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는 의지가 없음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분석이 맞다면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 정부의 어떤 행동도 김정은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태평양포럼 보고서] “If this analysis is correct, then nothing any ROK government—left or right—may do is going to impress Kim or change his mind. This is the lesson of the last four years, and maybe the next four as well.”

보고서는 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역내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려고 하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중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역내 긴장 고조로 현재 한반도는 더 넓고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 속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태평양포럼 보고서] “The peninsula is entering a new phase, driven by wider geopolitics and North Korea’s choices. Worsening US-China tensions and Russia’s invasion of Ukraine are creating a new Cold War line-up of blocs. Interestingly, Kim Jong Un has embraced this.”

그러면서 이 같은 새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냉전 구도를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이들에게서 핵 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무기고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역내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으며, 세 나라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결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 결과 한국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은 결실을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현재 미국 내에서도 지난 4년간의 대북 관여 정책 결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북한과의 화해에 정치적 자산을 걸려는 시도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대북 압박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다만 대북 관계와 관련한 여러 부정적 요소에도 북한이 올해 초부터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확대하거나 7차 핵실험을 수행함으로써 역내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않은 것은 다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태평양포럼 보고서] “On the bright side, Pyongyang, for unknown reasons, did not take advantage of the US’ and its allies’ preoccupation with Ukraine—and, to a lesser extent, Taiwan—by escalating its missile tests or carrying out a seventh nuclear test (which would have been its first in five years). However, activity at nuclear sites suggests that North Korea is prepared for a nuclear test at any time, remarks coming out of Pyongyang indicate that it is in no mood to negotiate with the US or South Korea, and nothing short of a new nuclear test (or other major provocation) will turn the US focus away from other domestic and foreign policy matters.

그러나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활동은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며, 핵과 미사일 관련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활동들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또 7차 핵실험 전망에 대해서는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도 아직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미뤄볼 때 연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의회의 초당적 협력을 재촉할 수 있는 7차 핵실험 실시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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