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 달만에 탄도미사일 발사에 한국 "도발로 얻을 것 없다"...전문가들 "미한 군사대응 강화에 반발"

25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이 25일 석 달여만에 탄도미사일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장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부산 입항과 동해에서 시작된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5일 오전 6시 53분께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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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고도 60㎞로 약 600㎞를 마하 5의 속도로 비행했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이고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한꺼번에 발사한 이후 113일 만입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이러한 도발로는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가 제안한 대화와 협력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면서 특히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동향이 포착된 함경남도 신포 일대의 관련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입니다.

[녹취: 김준락 실장] “우리 군은 해당 지역을 포함해서 관련 시설 활동들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추가 도발에 대비해서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연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각종 미사일들을 연거푸 발사했다가 석 달 넘게 탄도미사일을 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따른 미한의 군사대응 강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의 부산 입항과 동해에서 시작된 미한 연합훈련을 직접적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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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발사지점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600㎞의 사거리를 보였다며, 실전배치 단계로 알려진 KN-23이 유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레이건호의 입항을 겨냥한 전술훈련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들어오는 증원전력은 함정이 됐든 항공기가 됐든 그걸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북한 작전계획에선 들어오는 공항이나 항구를 먼저 공격하고 폐쇄토록 하는 그 방법이 북한의 작전계획에 당연히 들어가 있는 거거든요.”

레이건호의 한국 출동은 미한이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을 재확인하고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을 약속한 직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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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인 북한이 앞으로 미국 항모 출동 등을 핑계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한에 떠넘기면서 추가적인 도발의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단체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미한 등 외부와의 강대강 국면에서 당장 핵실험에 나서기 보다는 긴장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 올리는 전통적인 수법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 입장에선 긴장을 계속 올리면서 이 상황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3개월만에 발사를 재개한 만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신형 SLBM이라든지 아니면 극초음속 미사일, ICBM 미사일 등을 쏘면서 긴장을 점점 고조시키는 방법을 쓸 것이다.”

한편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보도를 26일 일절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사일 발사 후 이튿날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발사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기사와 사진을 공개해 왔다가 지난 5월부터는 발사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심각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잦은 미사일 발사 소식이 오히려 주민 결속에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대외적으론 강대강 국면에, 대내적으론 경제난이라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외적으론 강대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지만 그러나 이게 내부적으로 공개될 땐 오히려 반발, 이 상황에서 먹고 사는 문제보다 미사일 발사가 중요하냐 이런 얘기가 이미 나오고 있거든요. 따라서 향후에도 북한 무력시위에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거나 아니면 그때 그때 그걸 내부에 보도하거나 아마 그러진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 당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양곡 유통 비리 척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식량 유통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 방안 등 농업정책만을 논의하기 위해 정치국 회의를 개최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미사일 발사와 같은 날 이 같은 회의가 이뤄진 것도 북한의 이중고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