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번엔 SRBM 2종 '섞어쏘기' 도발...미한일 동해서 미사일 방어훈련

6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이 또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군사 공조에 대응한 무력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미한일은 동해에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한 가운데 미사일 방어훈련을 펼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6일(한반도 시각) 오전 6시 1분께부터 6시 23분께까지 북한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발사된 미사일은 비행거리 350여㎞, 고도 80여㎞, 속도 약 마하 5였고 두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800여㎞, 고도 60여㎞, 속도 약 마하 6으로 탐지됐습니다.

군 당국은 비행 궤적상 첫 번째 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KN-25), 두 번째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 장소로 삼석 일대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석구역은 평양 중심부인 대성구역의 동북쪽에 있고 대동강 서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된 2발은 평소 북한이 SRBM 표적으로 쓰는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 무인도 ‘알섬’이 아닌 동해상 동북쪽으로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의 동해 재출동과 미한일 연합훈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탄도미사일 논의 등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라는 분석입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도발 전인 6일 새벽 공보문을 통해 “미국이 한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는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또 “미국과 일부 추종국가들이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한 연합훈련들에 대한 북한 군의 응당한 대응행동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부당하게 끌고 간데 대하여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다종의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에서 발사하는 패턴을 보여온 북한이 이번엔 ‘섞어쏘기’를 통해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본질은 이제 미국의 항모전단이 다시 한반도에 진입한 데 따른 반발성 무력시위인데 그들이 그만큼 다양한 무력 수단을 갖고 있다고 하는 무력시위의 일환이겠죠.”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만 22차례, 윤석열 한국 정부 출범 이후 10차례 미사일 도발을 벌였습니다.

이번 도발은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연합훈련을 마치고 한반도를 떠난 지난 4일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데 이어 이틀만의 일입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상임위원들은 이번 도발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회의가 개최된 가운데 감행된 점에 주목하고,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미한일은 6일 한국 동해에서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훈련을 벌였습니다.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말 미한, 미한일 연합훈련을 마치고 일본해역으로 이동했다가 북한의 IRBM 발사로 5일 전격 회항해 다시 동해로 들어왔습니다.

같이 보기: 미 전문가들 “레이건호 ‘한반도 회항’ 강력한 군사력 과시…북한 전역 타격 가능”

한국 합참은 “이번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수행 능력과 태세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들도 6일 양자 유선협의를 통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위한 양자·3자간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국 측 북 핵 수석대표인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각각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습니다.

같이 보기: 성 김 특별대표, 한·일 북핵수석대표와 통화…“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강력 규탄”

유엔 안보리는 이날 북한의 IR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개 브리핑을 열었으나 규탄성명 채택 등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도발과 미한일의 군사적 대응이 주고받기식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팃포탯'(tit-for-tat)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중러가 안보리의 대북 규탄이나 추가 제재를 반대하고 북한 편을 드는 상황은 북한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중러 공조의 배경이 되는 미중 갈등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외교적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를 뒤로 미루게 하는 요인이라며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해도 미국과의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전체적인 상황이 서방이 북한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고 도발을 하더라도 예를 들어 미국이 이 도발을 심각하게 여겨서 북한과 아주 집중된 협상을 할 개연성이 낮아지는 거죠.”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할수록 미한일이 대화에 나서기 보다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팃포탯 상황의 장기화는 북한의 국력이 소진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들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고 있는 것도 민생고에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큰 비용이 드는 미사일 발사 소식이 역선전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책임연구위원] “북한 입장에서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했을 때 우리의 반응을 봐도 지금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본이 거기에 대응해서 계속해서 연합훈련을 강조하면 북한이 무한정 이 팃포탯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거죠.”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고강도 대치국면을 길게 끌고 갈만한 체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핵실험을 통한 국면 전환을 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고강도 대치국면이 장기화하면 북한으로선 사실 내구력이 오히려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시간은 사실 북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무한정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팃포탯의 결과는 결국 정치적 의미를 다분히 내재한 추가 핵실험으로 갈 가능성인 높아지죠.”

한편 잇단 북한 도발에 미군의 첨단자산을 동원한 대북 감시태세도 강화하는 양상입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는 6일 경기 남양주 인근에서부터 강원 양양 상공을 거쳐 동해 쪽으로 향하는 항적이 포착됐습니다.

리벳 조인트는 첨단 전자센서로 수백㎞ 밖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 신호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