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아직 이런 주장에 대한 반대가 압도적이지만 한국의 핵 보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근거로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는지 박승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 정치학 교수는 13일 VOA에 지금 미국이 북핵 위협을 마주한 한국의 우려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 “The key question is: in an era in which North Korea has the potential destroy American cities and kill millions of people, how credible is the threat of U.S. nuclear retaliation? So my point is to argue that the US nuclear umbrella should be less credible to South Koreans – and less of a deterrent to North Korea.”
북한이 미국 도시를 파괴하고 수백만 명을 살상할 능력을 잠재적으로 갖춘 시대에 미국의 핵 보복 위협이 얼마나 신뢰할만 한 위협이겠느냐는 게 핵심 질문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의 핵 우산이 한국에 주는 신뢰나 대북 억지력이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 자신의 주장의 요점이라고 린드 교수는 말했습니다.
린드 교수는 작년 10월 남편인 대릴 프레스 다트머스대 교수와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은 안보를 위해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당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린드 교수는 “핵무장은 한국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 “To be clear, I am not urging Seoul to “go nuclear.” Ultimately the South Korean people and government need to decide how they feel about American credibility.”
명확히 밝히자면 한국에 당장 핵무장을 하라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과 정부가 미국이 주는 신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린드 교수는 한국이 핵 개발을 결정하면 그에 따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그 후폭풍에 관해서도 세계가 한국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 “I think the broader global audience would be much more sympathetic to South Korea’s position: especially if it withdrew from the NPT legally (under Article 10) and transparently.”
한국이 NPT 규약 10조에 따라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탈퇴한다면 폭넓은 국제 여론이 한국의 입장에 훨씬 더 동조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NPT 10조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린드 교수는 지난해 기고문에서도 “북한의 불법 핵 개발과 위협은 한국의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한국의 NPT탈퇴와 핵 개발은 북한과 달리 정당성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비록 소수지만 한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미국은 한국의 이런 결정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미국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 “South Korea, understandably, is nervous about the willingness of the US to risk American cities for the defense of South Korea. And that is going to grow ever more serious as North Korea develops not only more nuclear weapons, but longer range missiles that give it what we would assume would be an effective ability to target the United States.”
한국은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 도시들의 희생을 감수할 의지가 있을 지에 대해 불안한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밴도우 연구원은 앞으로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 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효율적으로 겨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수록 이런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 “It would make sense for South Korea to think very seriously about whether it wanted to develop its own nuclear weapons. And in my view, that decision should be up to South Korea, not to America, that ultimately, only South Korea can decide what's necessary for its own defense. And while the US might not like that decision, it certainly should not stand in the way of a longtime ally, who sees the necessity of matching North Korea.”
밴도우 연구원은 따라서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직접 핵무기를 개발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게 타당하며, 한국의 방어를 위한 결정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아닌 한국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그 결정이 못마땅하더라도 북한에 맞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오랜 동맹의 앞길을 막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석훈 랜드연구소 펠로는 한국 자체 핵무장이란 선택지를 논의해야 할 시간이 이미 오래 전에 도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석훈 랜드연구소 펠로] “It is irresponsible for South Korea, but also its ally, the United States, not to consider all options to better deter and defend South Korea. I do believe that it is past time for the South Korea and United States to consider that option. And if it chooses not to take that option, it should have a very clear, shared understanding of why it is not necessary.”
한국은 물론 동맹인 미국이 억지력을 높이고 한국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최 펠로는 설령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해도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한 매우 명확하고 공유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한국 핵무장에 대한 찬반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우선은 무엇이 최선인지 연구해봐야 한다며, 다양한 확장 핵 억제 방법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살펴보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 “I am in fact proposing a study to look at the various extended nuclear deterrence options. So I will cheat by saying that I think we should look at all different options.”
물론 한국 핵 무장에 대한 찬성 또는 검토 주장은 아직 미국에서 소수 의견이며, 대다수 전문가와 전직 관리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을 더욱 가중시키고 역내 갈등을 고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미국의 우려에도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동맹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 “A decision by Seoul to proceed with nukes over US concerns and objections could unravel the alliance. ROK tangible movement towards acquiring/developing nuclear weapon capabilities would destabilize the security situation on the peninsula, greatly raising the risk of disastrous conflict with the North.”
랩슨 전 대사대리는 또한 핵 개발을 향한 한국의 실질적인 조치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불안정을 초래해 북한과의 재앙적인 갈등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