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포사격은 미한 군사훈련 압박 목적…중국 당 대회 영향 분석 엇갈려

북한이 지난 6일 최전선 장거리포병사단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18일 밤 동해와 서해에서 포 사격을 재개한 것은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미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중국의 당 대회 기간에 이례적으로 도발한 데 대해선 북한이 수위를 조절했다는 견해와 중국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으로 나뉘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8일 VOA에 북한의 이날 포 사격 재개를 한국에 대한 압박 목적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의 훈련 중단을 관철하려는 게 포 사격의 주된 이유라는 진단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y're basically putting pressure on South Korea. South Korea is doing an exercise right now. So North Korea is responding by firing artillery. They're trying to convince South Korea that they've got to stop doing exercises and that's the major reason for them doing these tests.”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8일 밤 동해와 서해 해상완충구역 내에 포사격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해상으로 100여 발, 동해상으로 150여 발을 발사하며 지난 14일 이후 나흘 만에 도발을 재개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시험용이 아니라면 이번 포 사격 의도는 ‘가짜 위기’를 유발하고 미한 훈련에 대한 김정은의 분노를 표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 “If Kim fired artillery shells not for a test, his intentions may be to provoke a pseudo-crisis and express his anger at US-ROK exercises. There may also be some frustration at pressure from China not to conduct a 7th nuclear test.”

아울러 7차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중국의 압박에 대해 어느 정도 불만을 표시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매닝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중국을 의식해 20차 당대회 기간에는 도발을 삼갈 것이라고 전망해 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그러나 북한 포 사격이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독립적인 주권국인 북한은 중국을 포함한 누구의 장단에도 맞추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Because they're independent. They're sovereign. They're not going to march anyone's tune including China's tune. I think this is another way of North Korea telling, not only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but also China that they will do what's necessary that they view as in their interests. So I'm not too surprised, to be honest with you. I'd be surprised if they had an ICBM launch or a nuclear test, but the firing of artillery shells I think it shows an element of independence, but it's not overly provocative.”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을 했다면 놀랐겠지만, 독립적 요소를 보여주는 포 사격은 지나치게 도발적이진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을 의식해 도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탄도미사일 도발에는 못 미치는 포 사격을 택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But I think right during the Congress they're apparently choosing to try to play a lower level of escalation. By shooting artillery shells, they've not gone to the same kind of level of ballistic missile provocations. So they're not bothering China as much.”

하지만 북한이 중국을 의식해 도발 수위를 조절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북한은 어차피 도발하고 중국의 당 대회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think they are going to do provocations anyway. And they don't care that there is the CCP Congress. I think there's a difference because China is not going to really do anything about it. There's no real repercussion. There's no real consequence for North Korea. So it doesn't matter to North Korea.”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어떤 영향이나 결과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테리 국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북한의 ICBM 발사도 규탄하지 않았다며 김정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과거와 다른 지정학적 환경이 자신에게 상당히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며 포 사격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여기에 걸려들어 김정은이 긴장을 고조시키도록 허용하지 않은 것은 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 “I think it is wise for the ROK not to rise to the bait and allow Kim to then escalate. That said, it is worrisome that Kim appears with the recent flights into ROK airspace and now artillery shells seems to be getting bolder in his provocations. It might reflect an increased sense of confidence from his more capable missile and nuclear capabilities – that he feels he can more ably seeks coercive measures.”

다만 북한이 (전술조치선 이남에서) 위협 비행에 나서고 포 사격으로 더 대담한 도발에 나서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미사일과 핵 능력 진전으로 높아진 김정은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그가 더욱 능숙하게 강압적인 조치를 모색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매닝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과 미사일 재래식 영역에서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에 상기시키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The Kim regime is trying to increase the tension on the peninsula and remind the Yoon government that Pyongyang can escalate in the nuclear, missile, and conventional spaces. The Yoon administration should work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to increase the pressure on the Kim regime using all available diplomatic, military, and financial tools.”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가 가용한 모든 외교·군사·금융 수단을 사용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