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의 러시아 무기 이전 문제를 다룰 것을 요구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한 달여 만에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습니다. 호주군 퇴역 조종사들이 중국군 훈련 교관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호주 국방부가 조사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이란 간 무기 거래가 최근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9일 열리는 비공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이란의 러시아 무기 이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이란의 러시아 무기 이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외교관들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무인기, 드론이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상공에 이른바 ‘자폭 드론’이 출현하면서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무인기에 폭탄을 탑재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이 드론은 미사일 같은 엄청난 파괴력은 없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기간시설 등을 공격하며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드론이 이란이 만든 거라는 건가요?
기자) 러시아와 이란 정부는 줄곧 부인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 정부는 이란산 드론으로 보고 있고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란이 러시아에 추가 무기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매체들은 이란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란 관리들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을 인정했다는 건가요?
기자)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전제로 한 이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과 러시아가 추가 무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계약은 지난 6일, 모하마드 모크베르 이란 제1부통령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이뤄졌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무기 거래 내역도 알려졌습니까?
기자) 네. 이란 외교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추가 드론과 정밀도가 향상된 탄도미사일, 특별히 ‘파테’와 ‘졸파가르’ 미사일을 요구했다고 하는데요. 이란이 제공하기로 한 드론 가운데 하나는 ‘샤히드-136’으로, 일명 ‘가미카제’ 공대지 공격기입니다. 파테-110과 졸파가르는 이란이 제작한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사거리는 약 300km에서 700km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보도가 사실이라면 무기 인도는 언제쯤 이뤄질까요?
기자) 이란 관리들에 따르면, 매우 이른 시일 안에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 관리들은 정확한 시점은 밝힐 수는 없지만, 길게 잡으면 열흘에 걸쳐 두세 차례에 나눠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런 보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제 드론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명명법에 따른 러시아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다”고만 말하고, 모든 추가적인 질문은 국방부 소관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특별히 이스라엘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란제 드론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의 군사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줄곧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원 요청을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인도적 지원 외에는 다른 군수 지원을 거부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진행자) 그 이유가 뭔가요?
기자) 러시아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사실 이스라엘에는 러시아계 유대인들이 상당히 많고요. 또 이스라엘에 제2의 집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거리 두기를 해왔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의 최대 적국인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드론과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지금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는 주민들의 대피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군요?
기자) 네.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이 18일, 러시아 국영 ‘로시야 24’ 뉴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헤르손 지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이 현지 주민들의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영국 BBC 방송은 19일 헤르손 주민들의 대피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군 총사령관이 헤르손 지역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는 건, 지금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렸다는 의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적들이 헤르손의 기반 시설과 주거 건물 등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의 조직적이고 점진적인 대피를 촉구했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앞으로 6일 안에, 약 5만 명에서 6만 명의 주민들이 러시아나 드니프로강 왼쪽, 러시아군의 영향이 미치는 곳으로 대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헤르손은 러시아 점령지 가운데 한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헤르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와의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이날(18일) 인터뷰에서, 상황에 따른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쉽지 않은 일이며 어려운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헤르손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우크라이나 내 합병지 4곳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영국으로 가봅니다. 영국의 물가 상승 폭이 심상치 않게 나타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영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0% 넘게 치솟으면서 또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통계청은 19일,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직전 달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8월의 9.9%보다는 조금 높고요. 7월과는 같은 수준입니다. 영국의 CPI는 지난 7월에도 10.1% 상승 폭으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8월 한 달 잠깐 진정하는 것 같다가 다시 10%대로 복귀한 겁니다.
진행자) CPI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식품 가격인데요. 식품 가격은 어느 정도나 올랐습니까?
기자) 빵, 계란, 우유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9월 영국의 식품 가격은 무려 14.6%나 올랐습니다. 이는 14.5%를 기록했던 1980년 4월 이래 최고 상승 폭인데요. 영국 통계청은 식품 가격 폭등이 9월 CPI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은 지금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7일,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했으니까 이제 6주 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영국 안에서는 트러스 총리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트러스 총리는 4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물가까지 잡아야 하는 난관을 맞았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총리가 취임한 지 한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왜 벌써부터 트러스 총리의 퇴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기자) 트러스 총리가 추진한 감세안을 둘러싼 논란 때문입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이를 토대로 영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물가 상승과 국가 부채 우려가 더해지면서,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순식간에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진행자) 파장이 상당히 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자신의 실수였다고 인정하며 논란이 된 감세 정책의 대부분을 철회했고요.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제러미 헌트 장관을 기용하는 등 수습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19일에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사임함으로써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 여론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트러스 총리가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트러스 총리는 사퇴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또 자신은 여전히 낮은 세금과 높은 성장이라는 공식을 믿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영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고요.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을 이끌 것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보수당 중진들이 대체 인물을 찾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호주군에서 퇴역한 조종사들이 중국군 조종사 훈련 교관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호주 국방부가 조사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이 19일 성명을 내고 관련 조사를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말스 장관은 성명에서 호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 일하는 호주 군인들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매우 충격 받을 것이라면서 “국방부에 이런 의혹을 조사하고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권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보도에 따르면 전직 호주군 조종사들이 남아프리카에 있는 비행학교에 채용돼서 중국군 조종사들을 교육한다고 돼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가 된 회사가 ‘남아프리카 시험비행 아카데미(TFASA)’라는 회사인데요. 중국에서 가장 큰 국영 항공회사 가운데 하나와 합작해서 남아프리카에서 중국 조종사들을 훈련하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구인 광고를 보면 TFASA는 4년 계약으로 극동 아시아에서 일할 비행기, 헬기 시험 조종사를 모집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군 퇴역 조종사들도 중국군 조종사들을 훈련하기 위해 채용됐다는 보도도 최근에 나왔죠?
기자) 네. 영국 ‘BBC’ 방송 등 몇몇 언론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최대 30명에 달하는 전직 영국군 조종사들이 역시 TFASA에 채용돼 중국 인민해방군을 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관련 보도에 따르면 TFASA가 이들에게 많은 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군요?
기자) 네. TFASA에 채용된 퇴역 조종사들 중 일부는 약 27만 달러를 제시받았고, 군에서 타이푼이나 재규어, 해리어, 토네이도 같은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조종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
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나이가 50대 후반으로 군을 떠난 지 오래됐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들 중에 최신예 기종인 F-35를 조종했던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행위가 불법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조종사 채용과 훈련이 현행 어떤 영국법도 위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TFASA에 채용된 조종사들이 현행 비밀법을 위반했거나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건데요.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전현직 군 조종사들은 모두 공무상 비밀보호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군이 서방 군대에서 퇴역한 조종사들을 채용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군에서 퇴역한 조종사들을 서방 군용기들과 조종사들의 조종 방식이나 타이완 전쟁 같은 분쟁 상황에서 필수적인 정보를 이해하는 것을 돕는 데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로부터 공중전 전술이나 능력에 대한 비밀정보, 선진 비행술, 그리고 서방 공군의 약점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많은 군사전문가가 지적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서방 군 당국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일이 될 수밖에 없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일단 중국군을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해 퇴역 조종사들에게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한편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BBC’ 방송에 영국 정부가 이런 퇴역 군 조종사들의 채용을 막고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국방부의 제임스 히피 군·재향군인담당 부장관은 장차 퇴역 조종사들이 정보를 중국에 넘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