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방사능 무기 '더티 밤' 사용 가능성 이틀째 주장..."분명히 경고했으니, 이제 그들의 문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자료사진)

러시아 당국이 24일,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dirty bomb)'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더티 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의 일종으로서, 저위력 핵무기로 간주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24일) 전화회견에서 "러시아가 전달한 정보를 서방 측이 불신한다고 해서 더티 밤의 위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23일)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국방장관과의 연쇄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분쟁지에 '더티 밤' 사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더티 밤' 준비 중"...저위력 핵무기 선제 공격 주장, 젤렌스키 즉각 반박

하지만 통화 대상이었던 미국, 영국, 프랑스 국방장관들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날 통화에 관해 "상황 악화에 대한 러시아의 어떠한 구실도 거부한다는 점을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쇼이구 장관에게 밝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 "이제는 그들의 문제"

페스코프 대변인은 24일 전화회견에서 "(더티 밤의) 위협은 명백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쇼이구 국방장관의 전날 발언이 러시아의 공식 입장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어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국방장관이 통화 상대방(미국·영국·프랑스·터키 국방장관)에게 분명히 위험성을 경고했다"면서 "그러니 믿거나 말거나 이제는 그들의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틀 연속 나온 러시아 당국자들의 이같은 언사는 '선제 핵공격 우려'를 구실로 러시아군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신호일 수 있는 것으로, 서방 측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 핵 공격 신호' 주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러시아의 '더티 밤' 허위 정보 선전전은 '가짜 깃발' 작전을 위한 구실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은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며 공격할 빌미를 조작해내는 군사적 수법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작전에 밀리고 있는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라고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이 지난 1일 러시아 당국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 정상 간 통화 계획 "현재로선 없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24일 회견에서, 쇼이구 국방장관이 서방 장관들과 통화한 것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할 계획이 있는지 물음에 "현재로선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프랑스·독일 정상과 대화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러시아의 입장을 듣거나 중재를 위해 노력하려는 어떤 의향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과 그들의 접촉이 줄어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