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20차 당대회가 끝나자 마자 탄도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습니다. 다음주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 예정된 미한 당국은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8일 오전 11시 59분께부터 낮 12시 18분께까지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올들어 25번째이고, 지난 1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으로 추정된 SRBM을 발사한 지 2주 만입니다.
아울러 지난 16~22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이 확정된 이후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겁니다.
이번 미사일들은 비행거리 약 230㎞, 고도 약 24㎞,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미한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입니다.
고도 24㎞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최저 요격고도 50㎞보다 낮습니다. 패트리엇(PAC-3) 요격 미사일 사정권에는 들어가지만, 낮은 고도로 음속의 5배 이상 날아가면 요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최근 개발한 탄도미사일들은 고도가 낮게 날아가고 변칙기동을 통해서 탄도탄 요격망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데요. 이번 시험도 마찬가지로 정점 고도가 낮은 것으로 봐서는 탄도탄 방어망을 회피하려는 그런 미사일 시험의 일종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나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SRBM 3종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지만 개발 단계의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비행거리상 북한이 SRBM 타격 목표로 자주 사용하는 함북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을 향해 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발사 장소인 통천에서 230㎞ 거리라면 한국쪽으로 쏠 경우 서울은 물론 주한미군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그리고 F-35A 전투기가 있는 청주기지 등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한국 국가안보실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NSC 상임위원들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거듭 발사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하며 포격 도발 등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데 이어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한일 세 나라 북핵 수석대표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재개를 규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과 각각 유선협의를 갖고 북한이 중국 당대회 종료 후 지난 2주간 중단했던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세 나라 수석대표들은 북한이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고 미한 수석대표들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어떤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도발을 벌이면서 한반도 긴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복합도발로 봐야 할 것 같아요. 미사일만 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지난 20차 당대회 초반부엔 완충지대에 포사격도 했고 NLL도 침범했잖아요. 다양한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겠다, 그 목표는 결국 7차 핵실험까지 가는 그 길이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군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한국의 대규모 실병 기동훈련인 ‘2022 호국훈련’ 마지막 날에 이뤄져 반발성 무력시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같이 보기: 한국 군 연례 호국훈련 시작..."북 핵·미사일 위협 상정"미-한 양국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F-35A,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24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를 빌미로 또 다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 등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배치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신형 대공 미사일 훈련에도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부연구위원] “비질런트 스톰 훈련과 같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그리고 지금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호국 훈련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긴장관계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NSC는 ‘비질런트 스톰’을 계기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