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일부터 나흘간 대규모 미사일 도발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정부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한국 집권여당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군사작전이라는 명분으로 행한 미사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이 2천억원, 미화로 1억4천4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 총참모부가 관영매체들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작전을 진행한 나흘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기를 포함해 각종 미사일 39발을 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하루 동안만 전술탄도미사일, 지대공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 등 29발을 발사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비용에 대해 ICBM은 2천만~3천만 달러,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은 1천만~1천500만 달러,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과 순항미사일은 300만~500만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북한이 지난 2일 하루 동안 쏜 미사일 발사 비용을 최대 7천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이 나흘간 쏜 미사일 발사 비용을 1억 5천만 달러로 잡으면 이는 장마당 쌀 가격인 kg당 0.5 달러를 기준으로 북한 전체 주민의 한달치 쌀 구매액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30만t 정도면 북한 주민 전체가 하루 1만t 소비한다고 봤을 때 한 달 정도 식량을 하늘에 날려보낸 게 돼요. 주민들이 이 사실을 정확히 알면 깜짝 놀라죠. 정말 분노를 넘어설 것 같은데요.”
북한의 만성적이고도 심각한 경제난을 감안할 때 이런 정도의 비용을 들여 도발에 나서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이 과거 구형 기종을 폐기하는 차원에서 다량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력화 단계에 있거나 최근 전력화된 새 미사일을 대규모로 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경제난은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국제사회 대북 제재 등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위축돼 미사일 부품 등 관련 물자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미사일을 한꺼번에 쏘고도 여유가 될 만큼 재고량이 많은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정상적인 무역 등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아니라 불법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해킹과 마약 거래, 무기 기술 이전, 중국 지원 등 4가지가 재원 마련 경로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태 의원은 마약의 경우 정찰총국과 같은 특수기관에서 취급하고 제약공장과 협동농장에서 합법적으로 마약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국가 주도로 마약을 생산해서 북한에선 아이스(필로폰)라고 하는데 정찰총국 등 특수기관에서 이걸 취급하는데 과연 얼마 정도 되는 양을 동북아 지역에 불법 마약 거래망에 투입하는 지 그것은 정확한 숫자는 저도 잘 몰라요.”
암호화폐 해킹 등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통한 자금 확보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입니다.
한국 청와대 안보특보를 지낸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이 연간 20억 달러 수준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해킹하는 방식과 데이터나 시스템을 인질 삼아 몸값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수법이 쓰인다는 설명입니다.
임종인 교수입니다.
[녹취: 임종인 교수] “북한이 사실은 이런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하고 랜섬웨어 몸값 벌어들이고 하는 돈이 약 20억 달러 된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그것이 바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결국은 해킹하는 것 자체를 다 막을 순 없기 때문에 자금세탁 이 부분을 차단하겠다, 이 부분이 미국 정부의 의지죠.”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미한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또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한은 앞서 지난 8월 두 나라 북 핵 차석대표를 수석대표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실무그룹회의를 처음 열었고 향후 개최 일정은 조율 중입니다.
북한의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탈취는 지난 201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해커 규모는 최소 6천 명, 이 가운데 최상위 300~500명은 미 첩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 해커그룹과 대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강력한 해커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북한이 국제적으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해커를 통해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도둑질 해서 그것을 제3의 장소에 넣어두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그런 것들을 구입하고 거기에 대해서 비트코인을 세탁해서 지불하고 이런 지난 시기에 북한이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이 지금 열리고 있는 겁니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는 얼마 전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크립토 슈퍼 강자’로 묘사할 정도로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과 탈취를 통한 다양한 자금세탁 활동은 세계적 수준에서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종인 교수는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공조가 이례적으로 강조됐다며 미한을 넘어 국제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하지만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안 채택을 막은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 분야에서도 북한을 겨냥한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임종인 교수] “이 사이버에 있어서도 중국이나 러시아나 협력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우니까 미국, 한국, 일본, 호주, 영국 등 생각이 같은 국가들끼리 사이버 국제협력을 강화해서 그들의 돈줄을 차단하는 게 제일 급해요.”
북한의 해커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신분으로 활동하면서 사이버 범죄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