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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번엔 ‘화성-17형’ ICBM 도발...실패했지만 추가 핵실험 우려 증폭


북한이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이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이 어제(2일) 동해와 서해상에 미사일과 포탄을 무더기로 발사한 데 이어 오늘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쏘면서 도발 수위를 높였습니다. ICBM은 정상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3일 오전 7시 40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일은 최고 고도 약 1천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는 음속의
15배인 약 마하 15로 탐지됐습니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북한의 최신 ICBM인 ‘화성-17형’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은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가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단 분리엔 성공했지만 이후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계획된 궤적보다 일찍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최고 속도로 탐지된 마하 15는 지난달 4일 북한이 발사해 4천500㎞를 날아간 중거리 탄도미사일 즉 IRBM인 ‘화성-12형’ 개량형의 최고 속도 마하 17보다 느립니다.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미사일이 2단 분리를 했기 때문에 ICBM으로보인다며 추진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지금 현재 ‘화성-12’가 IRBM인데 그건 1단이거든요. 그리고 15,17이 2단이야. 그러니까 얘네들은 2단으로 분리를 두 번 하는 거죠. 그런데 현재 속도도 ICBM으로 따지면 20 이상 나와야 되는데, 17 같으면 23 이상 나와야 할 거에요. 그런데 지금 마하 15 정도 밖에 안 나오고 있거든요.”

일본 당국은 비행거리 750㎞, 고도 약 2천㎞로 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미사일이 동해 상공에서 소실”됐다고 밝혔는데 한국 군 당국은 미사일 궤적을 끝까지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오전 8시 39분께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 2발도 발사했습니다.

비행거리 약 330㎞, 고도 약 70㎞,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습니다.

이들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계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한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미한일 안보협력도 확대하라”며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는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미한 연합방위태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미한연합사령관과 김승겸 한국 합참의장은 공조회의를 통해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응해 당초 오는 4일까지로 예정됐던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공군은 “미한 공군은 최근 지속적인 북한 도발과 관련해 지난 10월31일 시작한 ‘비질런트 스톰’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한 양측은 현재 훈련 연장기간 등 세부사항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질런트 스톰’엔 미한 양측에서 총 240여대의 군용기가 참여해 역대급 규모로 훈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한일 세 나라의 북핵 수석대표들도 3자 전화협의를 가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이 전화 협의를 통해 북한이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한반도와 역내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한반도 긴장 고조 책임은 오롯이 북한에 있으며 이런 책임을 흐리거나 전가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비질런트 스톰’ 등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미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한 겁니다.

한국 외교부는 또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추가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달 북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언급한 뒤 “그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독자 제재도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2일 동해와 서해상을 향해 각종 미사일 20여발과 포탄 100여발을 무더기로 쏜 뒤 이번엔 ICBM 발사로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양상입니다.

특히 북한이 2일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국을 위협한 데 이어 이번엔 ICBM을 발사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의 최근 도발 양상을 보면 한미를 동시에 압박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압박에 이어서 미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한 거고요. 또 하나는 이번에도 역시 고각발사입니다. 그러면 기술적으로 아직도 ICBM은 정상발사 재진입을 안 해 본 거거든요. 그러니까 기술 개발과 함께 미국에 대한 압박을 도모한 도발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ICBM까지 수위를 높인 만큼 북한의 남은 도발 카드가 사실상 핵 실험밖에 남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이어 또 다시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실패한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계산이 틀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은 핵실험에 앞서서 ICBM 발사를 성공시키고 그 다음에 핵실험을 해야지 미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화성-17형이 계속 실패를 하고 있잖아요. 만약 오늘 ICBM 발사가 실패라면 북한도 체면을 많이 구긴 셈이 되는 거죠.”

장영근 교수는 ICBM 발사 실패는 전술핵탄두 실험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골라 감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또 북한의 ‘화성-17형’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을 점치면서 성공할 경우 초대형 핵탄두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9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 중간선거일인 11월 8일 이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는 북한이 2019년 이후 전술핵무기에 중점을 둔 새로운 군사전략을 내놓았다며 이는 ICBM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이 반영된 행동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박사는 그러면서 북한의 전례없는 무더기 미사일 도발이 전술핵무기의 실전운용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는 군사전략으로 변화가 되면서 그 전엔 전략 무기 중심으로 능력을 빠른 시간 내 달성할 것을 생각했는데 이 부분이 기술적인 문제로 지금 제대로 안되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전술핵무기 쪽으로 교리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운영 시스템을 갖춰 나가기 위한 그런 연습이 필요한 거죠.”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2일 브리핑에서 “7차 핵실험을 포함해 북한의 잠재적인 추가 도발을 여전히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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