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적, 외교적 역량과 문화 등을 총동원해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 각국에 악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미 의회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언론인을 포섭하고 공자학원 등을 설립해 중국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진영이 22일 발표한 ‘중국의 세계적 악성 영향력 폭로’ 보고서는 중국이 국가적 침투 전략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간판 수단’을 나열했습니다.
자금 대출을 빌미로 각국에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채함정 외교’, 공자학원과 같은 문화, 예술을 통한 ‘소프트파워’, 그리고 경제력, 군사력을 통한 ‘하드파워’ 등을 대표적인 접근 경로로 꼽았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에서 ‘언론 협력’을 가장한 활동을 통해 악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위험한 것으로 분류하면서도 정작 중국 기관과 단체들은 ‘언론 협력’을 가장해 외국 기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지역 언론을 이용해 선전을 확산하고 독립적인 언론과 언론의 자유를 강화하려는 지역적 노력을 약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2002~2017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인 82명을 대상으로 중국 방문을 주선했고 이 중 41%는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 출신이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콘텐츠 공유 협력과 언론인 교류, 기고문, 인터뷰를 통해 동아태 지역 국가에서 중국의 내러티브를 홍보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Despite the PRC’s classification of free speech and freedom of information in the PRC as dangerous, PRC entities are providing training to foreign journalists under the guise of “media cooperation” while at the same time using local media to spread propaganda and undermine local efforts to strengthen independent media and press freedoms… Between 2002-2017, the PRC arranged 82 trips for journalists from the East-Asia Pacific region to China. 41% of them came from democracies such as South Korea, Japan, Indonesia, and the Philippines... The PRC attempts to promote its narratives in EAP countries through content-sharing partnerships, journalist exchanges, guest op-eds, and interviews.”
보고서는 또 중국이 공자학원과 자매도시, 혹은 교류 프로그램 등을 공공외교 수단으로 활용한다며 “일본, 한국, 호주와 같은 경제 선진국들은 중국의 공공외교 활동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다양하게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Other public diplomacy tools include Confucius Institutes, sister cities and exchange programs. The advanced economies (e.g., Japan, South Korea, and Australia) attracted the highest volume and most diverse set of PRC public diplomacy activities.”
중국이 미국에서 악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심층 조사 결과, 중국의 글로벌 투자와 상업적 노력은 전 세계 많은 국가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주로 중국의 약탈적인 ‘일대일로 사업’(Belt and Road Initiative)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An in-depth assessment found that global investment and commercial efforts by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PRC), mainly through its predatory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are negatively affecting many countries and their citizens around the world… the BRI is falsely presented as a global development and investment initiative. In reality, it is an effort to expand the PRC’s heavy–handed influence around the world while also laying the groundwork for global military power projection.
이어 “일대일로 사업은 마치 글로벌 개발과 투자 사업인 것으로 잘못 제시되고 있다”며 “실제로는 중국의 강압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군사력을 투사할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카울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과 여러 양자 대화를 재검토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세계적인 악성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하길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국제 사회와 함께 중국 공산당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총체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이제는 그들(중국 공산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맥카울 의원] “It is alarming that this administration is revisiting multiple bilateral dialogues with the CCP, but refuses to take real action against the CCP’s global malign activities…The United States, along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must better come together to develop and act on a wholistic strategy to counter the CCP’s destabilizing actions– it is time to hold them accountable.”
한편 미 의회에서는 특히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등 역내 국가들과 양자, 다자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과 상무위원장인 민주당의 마리아 캔트웰 의원은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성장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와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 공급망의 탄력성과 역내 번영, 그리고 공동의 이익 증진 등 미국 국내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는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 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적절한 수단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