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둘째 딸 또 ICBM 관련 행사 등장…‘조기 후계작업 돌입’ 등 해석 분분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과 함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관계자들을 만났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이 또 다시 아버지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관련 공식행사에 등장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후계작업을 일찌감치 시작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김 위원장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7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념촬영에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가 지난 18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아버지와 함께 처음 공식 등장한 데 이어 또 다시 ICBM 관련 행사에 모습을 보인 겁니다.

북한 매체들은 촬영 행사가 진행된 정확한 날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대형 행사 이튿날 이를 보도하는 관행상 26일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기념촬영 현장에서 “힘과 힘에 의한 대결이 곧 승패를 결정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약자가 아닌 제일강자가 될 때라야만 나라와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진리”라고 말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내세워 핵 무력 강화가 ‘미래 세대’를 지켜줄 자신의 업적임을 선전하고 백두혈통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큰 성과를 이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의도와 함께 지금 여러 가지 북한 내부에서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여러 가지 상황도 어려울텐데 그걸 자애로운 어버이의 마음, 가족간의 따스한 정으로써 헤쳐나간다는 차원에서 가족을 등장시킴으로써 주민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김주애의 잇단 등장이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그의 딸이 함께 촬영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보도했습니다.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의 경우 1면과 2면에 김 위원장과 김주애가 함께 있는 사진을 15장이나 실었습니다.

김주애는 첫 등장 땐 앞머리를 내리고 흰색 패딩점퍼를 입어 초등학생다운 복장이었지만 이번에는 고급스러운 모피를 덧댄 검은 코트를 착용했고 머리도 모발 손질용 도구인 고데기 등으로 매만진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어머니 리설주로 착각할 만큼 어른스럽게 치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8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등장한 소녀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라고 판단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중 10살의 둘째 딸로 판단한 겁니다.

김주애는 앞서 ICBM 시험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리설주 없이 사진촬영 내내 김 위원장 옆을 지켰습니다.

군복을 입은 지휘관과 악수하는 장면도 공개됐는데 지휘관은 상체를 약간 숙이며 공손히 손을 내민 반면 김주애는 꼿꼿한 자세로 두 손으로 지휘관 오른손을 감싸며 마치 리설주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지난 19일 김주애 첫 등장을 보도할 땐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엔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호칭을 높였습니다.

‘노동신문’에선 국방과학원 미사일 부문 관계자들의 ‘충성의 결의 편지’를 소개했는데 이 편지는 김 위원장이 발사 당일 현장에 “자신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과 함께 찾아오는 남부러워할 특전”을 안겨줬다는 표현을 담았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존귀하신’이라는 표현은 리설주나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에게도 쓰지 않는 존칭이라며 후계자 내정을 시사하는 정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 ‘존귀하신’ 이라는 표현을 김정은 자제에게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아주 특별한, 그러니까 김정은 다음 가는 그런 존칭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겠고요. 또 김정은이 세 명의 자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주애에 대해서 ‘제일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당연히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단정하긴 이르지만 김 위원장이 후계자 작업을 시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후계 승계 기간이 짧았고 이 과정에서 안팎의 위기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김 위원장 자신이 치러야 했던 비용과 경험들 때문일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 외부사회의 북한체제 붕괴설 속에서 고모부 장성택을 포함한 숙청을 단행했고 이복형 김정남 암살 배후설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3대 승계에도 북한 내부 반발이 꽤 있었다는 설이 있거든요. 4대의 경우는 장기간의 후계 승계 준비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김주애의 이례적인 재등장, 중요 군사시설에서 아버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장기적 후계 승계 작업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반면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불과 10살 소녀인 김주애의 잇단 공식 등장을 후계작업과 연결짓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김 위원장이 아직 젊다는 점, 그리고 여성 최고 지도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의 사고 방식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집권 10년을 갓 넘긴 상황이고 아직 40대가 되기 전에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 북한체제 특성상 말이 안되는 것이고 딸이 20대 정도라면 그런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볼 수 있는데 지금 현재 10대 아이잖아요. 후계구도가 내부에서 논의될 시점은 아니다라는 의견이고요.”

한편 북한은 ‘화성-17형’ 개발과 발사에 기여한 군 인사들의 계급을 올려주며 이른바 ‘군심’ 결집에 나섰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국방과학 연구 부문 지도간부들과 과학자들에 대한 군사칭호를 올려준다”며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존에 상장이었던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각각 대장으로 승진해 향후 북한 핵 무력 개발을 주도할 인물들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