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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한국 대통령 겨냥 막말 비난 담화…“도 넘었다” 지탄 일어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강원도 진부역에 도착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강원도 진부역에 도착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독자 제재를 추진하는 윤석열 한국 정부를 막말로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지탄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4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과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 추진에 반발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막말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2일 한국 외교부가 자신들의 자위권 행사를 도발이라고 걸고 들며 추가적인 독자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나발을 불어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 정부를 ‘남조선 것들’이라고 비하하면서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를 졸졸 따라 외우는 미국의 충견’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심지어 한국 정부를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먹는 들개’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직함을 쓰기는커녕 ‘천치바보’라며 말 폭탄을 쏟아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 국민들에게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위협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며 미국과 한국이 제재 압박에 매달릴수록 스스로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서 대미 대남 등 외교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북한 최고위 수준의 공식 문건이라는 점에서 한국 내에선 이번 담화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입장’을 내고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체제를 흔들어보려는 불순한 기도를 강력 규탄하며 이러한 시도에 우리 국민은 누구도 동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북한 당국에 대한 인식만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동들을 언급하면서 “어떻게든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를 피해보기 위해 모든 기회에 책임 전가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최근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 책임은 전적으로 불법적인 도발을 하고 있는 북한에게 있는 만큼 이를 우리 측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 대변인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불법 해상활동과 사이버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독자 제재 검토에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북한 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사이버, 해상 등 여러 분야에서 제재 부과를 검토할 방침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최고위 수준의 담화에서 한국 내 정치 상황을 악용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이 노골적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에 힘을 실어서 한국사회를 흔들고 윤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력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감정을 앞세운 비논리적이고 저열한 수준의 내용이라며 외교적인 패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홍 실장은 김 부부장이 자신들의 대외적, 군사적 행보의 정당성을 이와는 무관한 윤석열 정부의 국내 정치적 입지와 연결 지어 찾으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며, 더욱이 최고위 수준의 담화에서 한국 내 정부 비판세력을 선동하며 국론 분열을 조장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어떤 면에선 북한의 상당히 논리적 궁색함이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에선 기존에 자신들이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그랬다는 주장 이게 오히려 취약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것은 어떻든 스킬 측면에선 상당히 미숙해 보인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북한에게 득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논리적 취약성을 더 보여주는 측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지난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반발하는 담화를 내놓은 지 이틀만에 나온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의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부부장이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이처럼 모욕적이고 강경한 담화를 낸 것은 핵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에 근거하고 있고 이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그들은 수소폭탄과 ICBM까지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 상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도 없고 안보를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그들의 판단, 그러니까 남한 군은 북한 군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그들의 우월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또 ‘서울 불바다론’을 연상케 하는 대남 위협을 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엔 서울이 자신들의 과녁이 아니었다고 한 발언 때문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부부장이 ‘말 폭탄 담화’를 통해 대남 도발을 위협하면서 고조된 긴장을 유지하고 나아가 향후 대형 도발을 향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벼랑 끝 전술로 끌고 가기 위해서 엄청나게 비용을 들여 9월 25일부터 지금까지 끌고 온 건데 이 동력을 계속 살려가는 방안으로 이제는 이런 높은 수준의 ‘말폭탄’을 날리고 있다. 그것은 결국 북한이 이 이후 마지막 방점을 찍으려고 하는 7차 핵실험에 대한 명분을 지금 쌓고 있다고 일단은 판단이 됩니다.”

북한의 ‘불바다 위협’은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마다 북한이 꺼내 들던 협박 카드로 최근에는 지난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언급하며 “삭막하게 잊혀가던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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