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북한 가상화폐 계좌 몰수 소송에 ‘궐석 판결’ 요청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북한 가상화폐 계좌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한 미 검찰이 재판부에 ‘궐석 판결’ 즉 원고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승소 판결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아무도 소송에 응하지 않은 데다 북한의 해킹 범죄 수익금이 예치돼 있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가상화폐 계좌에 대한 몰수를 추진 중인 미국 워싱턴 DC 연방 검찰이 재판부의 판결을 요청하는 문건을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제출한 ‘궐석 판결’ 요청서에서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의 암호화폐가 예치된 146개 계좌에 대한 몰수 결정을 내려 달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지난 2020년 3월 북한 해커들의 불법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계좌 146개(최초 113개)에 대해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했으며 같은 해 8월 별도의 소송을 통해 추가로 280개의 가상화폐 계좌에 대한 몰수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들 계좌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사이 북한이 한국 등에서 운영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 탈취한 암호화폐가 예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몰수 결정을 요청한 계좌는 2020년 3월 소송을 제기한 146개입니다.

검찰은 이메일 등을 통해 해당 계좌의 소유주 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공식 공고문 등을 통해 해당 자산의 주인을 찾는 과정을 거쳤지만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피고인이 소송에 응답하지 않아 사실상 재판 과정 없이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원고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는 궐석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입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북한 정권과 연계된 해커들이 다른 자금세탁 공모자와 함께 4개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을 탈취해 이를 세탁한 사건”이라면서 이번 범죄가 북한 소행이라는 판단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 1곳에서 2억 5천만 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훔치고 나머지 3곳에서도 각각 537만 달러, 4천850만 달러, 3천만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탈취했다며 몰수 대상 계좌에 적지 않은 자금이 예치돼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검찰은 일부 탈취 자금이 이체되는 과정에서 미국을 거쳐 갔다며 이번 사건의 관할권이 미국 법원에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의 요구를 수용하면 북한 해커들의 암호화폐 계좌 146개는 미국 정부의 국고로 귀속됩니다.

다만 이 계좌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남아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VOA가 검찰이 몰수를 추진 중인 계좌의 잔액을 조회해 본 결과 이더리움의 이더(ETH)를 취급하는 계좌 일부에 자금이 남아있을 뿐 상당수 비트코인(BTC) 계좌는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해커 등 특정인이 이를 다른 계좌로 옮긴 것인지, 혹은 미 검찰이 미국 정부 소유 암호화폐 지갑으로 이체한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