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 ‘자체 핵 보유’ 언급… 대통령실 “북 핵 위협 단호 대응 취지, NPT 준수 불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1일 외교부·국방부의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사진=한국 대통령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한국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가정적인 전제조건을 달고 한 언급으로, 미한 간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자체 핵무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1일 국방부와 외교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핵무기 개발 등 북한의 도발과 안보 위협에 대응한 자체 핵 무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물론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은 한미 간에 이런 미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이런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그것이 한국의 안보를 미국이 지켜주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간의 안보 이익에 있어서 공통된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반대 속에서,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관련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12일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북 핵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미한 간 확장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 핵 위협이 심각해진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안보라는 건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북 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군통수권자의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한 말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실적 수단으로서 미한 안보동맹 속에서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가 중요하다는 게 발언의 중요 포인트”라며 “이를 통해 북한 핵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국의 핵 자산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기획·실행하는 그런 실질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VOA’와의 통화에서 “국가 생존권 차원에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뭐든지 해야 한다는 취지로, 가정적인 상황을 얘기한 것”이라며 “핵 무장은 정책적 옵션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높은 지지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한국인의 한미관계 인식’에서 국민들의 70.2%가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20대와 30대 한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 한 여론조사에서도 68%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대응이 전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핵을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겠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면 그게 결국 북한에 더 손해라는 것을 알려주겠다는 것이고요. 제일 큰 것은 문재인 정부처럼 달래가지고 북한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거나 달래가지고 비핵화시키는 게 지금 정부의 방침은 아니라는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북 핵 문제 해법을 놓고 북한 편에 서 있는 중국을 견인해 내려는 의도도 들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타이완과의 양안 문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동북아 국가의 핵 무장 이슈는 대통령의 언급만으로도 중국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 정부도 조금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자신들이 지금같이 비핵화에 대해서 전적으로 북한의 편을 드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하겠다라는 그런 의도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자위권 차원이라며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대적 행동을 예고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자신들의 핵 무력 고도화와 군사 도발을 합리화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가 일정한 정당성을 갖는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도 있고 또 한국이 이후에 펼치는 여러 군사적인 훈련, 무기 개발과 관련된 행동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방식이 정당하다, 이것도 역시 마치 당연한 것으로 설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향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압도적 능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도발에 대한 자위권 행사는 확고하게 한다”며 “공격을 당하면 백배, 천배로 때릴 수 있는 KMPR 즉 대량응징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