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대북 소송 난항…“국무부 답변 기다리는 중”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이 여전히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국무부를 거치는 ‘외교적 경로’를 이용해 해외 북한 대사관 등에 소장을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국무부로부터 긍정적인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4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등이 국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재판부에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상속인 131명의 변호인은 최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현황 보고서’에서 북한에 소장이 아직 전달되지 못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앞서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은 지난해 7월 소장 원문과 한글 번역본, 소환장 등을 담은 우편물을 평양으로 발송했지만, 이 우편물은 미국을 떠나지도 못한 채 워싱턴 DC 연방법원으로 반송됐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측은 지난해 8월 국무부에 소장 전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혹은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국무부가 소장을 건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17일, 9월 22일, 10월 4일 국무부 법률자문관실에 소장의 전달 상황을 문의했고, 10월 4일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1월 4일부터 1월 13일까지 4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추가로 문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미 연방법원은 최초 소송 제기일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북한에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했고 국무부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소장 전달 기한을 늘려왔습니다.

국무부가 ‘외교적 경로’를 이용해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지 못한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비수교국과 접촉하려면 국무부 차원에서도 거쳐야 할 절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는 국무부에 소장 전달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문의했으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무부를 통해 북한에 법적 문건을 전달하려는 소송인은 적군파 테러 피해자 외에도 더 있습니다.

2012년 북한에 억류됐다 2년 만에 풀려난 미국인 케네스 배 씨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들도 국무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또 2021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미국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은 국무부에 최종 판결문을 북한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국무부로부터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또 다른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은 2020년부터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해선 북한 송달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일반 우체국을 통해 보낸 우편물도 최근 반송된 사례가 있어 소장을 포함한 우편물을 북한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