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미국의 확장억제는 '찢어진 핵우산'?

  • 최원기

지난해 11월 워싱턴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이종섭 한국 국방장관이 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자체 핵 무장’ 발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이 핵 무장에 나설지,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은 없는지, 선택에 따른 장단점은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자체 핵 무장’ 발언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핵 위협이 더 심각해질 경우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체 핵 무장을 언급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냥해 핵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 보유국입니다.

우선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비롯해 6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했고, 지금은 수십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 소장은 북한이 20-80기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 핵탄두를 쏠 수있는 투발 수단인 미사일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총 40회에 걸쳐 6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수뇌부는 한국을 겨냥해 핵 공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핵 법제화를 한 데 이어 12월 31일에는 한국 전역이 핵 사정권에 들어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이며…”
현재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핵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에 맞서느냐 하는 겁니다.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체 핵 무장을 하는 겁니다.

핵무기는 대표적인 비대칭무기입니다. 적대국이 핵 무장을 할 경우 아무리 재래식 전력을 강화해도 당해낼 수 없습니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런 예입니다. 지난 1998년 5월 인도가 핵실험을 실시하자 적대관계였던 파키스탄도 보름 뒤에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핵 무장에 나서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대릴 프레스 교수는 ‘자국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시 NPT를 탈퇴할 수 있다’는 NPT 조약 10조를 근거로 한국의 핵 보유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릴 프레스 교수] ”South Korea legally justified ethically justified withdrawing…”

그러나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한국의 핵 무장은 법적 차원이 아닌 국익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Question whether this is a good idea for South Korea, region, and world”

한 마디로 핵 무장으로 인해 치르는 대가가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핵 무장을 하면 남북간에 핵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미한 동맹이 약화됩니다. 게다가 중국이 한국에 보복 조치를 할 공산이 큽니다.

또 한국은 원자력발전소 25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 무장을 할 경우 국제 핵공급국그룹(NSG)은 한국과 원자력 협력을 중단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국 원전의 원료인 농축 우라늄 공급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안은 전술핵 재배치입니다.

이 방안의 장점은 한국이 핵 무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다시 한국에 배치하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도발을 할 경우 핵으로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 전술핵 재배치로 한국민에게 가시적인 신뢰를 줄 수도 있습니다.

단점은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군사적 취약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전술핵은 B61 전술핵폭탄 한 종류밖에 없습니다. 지난 1991년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할 때만 하더라도 미군은 155㎜ 곡사포용 핵포탄, 핵지뢰, 핵배낭 등 다양한 전술핵무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1990년대 이후 B61 전술핵폭탄 200여기를 제외한 모든 전술핵무기를 폐기했습니다.

B61 전술핵폭탄은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핵폭탄입니다. 따라서 공군기지에 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미국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경우 미 공군이 운용하는 오산이나 군산 기지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전쟁이 시작될 경우 이를 알고 있는 북한이 해당 기지에 특수부대를 침투시키거나 미사일로 집중 공격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경우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써보지도 못하고 위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Strategic assets are so important that we really don’t want them on the Korean peninsula given the threats that exist. It really makes no sense to put them in harm’s way when”

세 번째 방안은 기존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확장억제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미국이 핵무기와 정밀 재래식 무기 등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3일 워싱턴에서 제54차 미한안보협의회(SCM)를 열고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미-한 양국은 확장억제와 관련해 정보 공유와 협의 절차, 공동 기획과 실행 등 4가지 분야에서 공조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겁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미국이 확장억제를 공약하고 있는데, 문제는 북한이 ICBM을 통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거죠. 과연 미국이 타격받는 상황에서 한국을 돕겠느냐. 신뢰성, 실효성…”

전문가들은 확장억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간에 신뢰의 문제와 함께 인식차가 있다고 말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미 한국에 충분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한국 윤석열 정부도 미국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핵무기 사용과 관련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수준의 역할을 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확장억제를 둘려싼 한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미국이 보다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5개국 정보협의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시키고 북한 문제 우선순위를 백악관 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wo suggestions, one South Korea and Japan involving Five Eyes and two, Biden administration have to elevating attention to North Korea…”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